

[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롯데케미칼의 14개 채권 재무특약 조항 삭제가 압도적 가결로 마무리됐다. 신용보강을 위해 롯데월드타워까지 담보로 제공하며 사채권자 설득에 총력전을 펼친 결과다. 사채권자집회를 통해 2조450억원 규모의 회사채 조기상환 우려를 해소함으로써 롯데케미칼도 한숨을 돌렸다.
다만 석유화학 업황 침체가 지속되는 와중에 실적 개선과 재무구조 개선이 과제로 남는다. 롯데케미칼은 재무건전성 강화를 최우선으로 삼아 본격적인 사업 구조조정과 비핵심 사업 매각 등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한편 현금흐름 개선 및 투자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방침이다.
19일 롯데케미칼 재무특약 조정안이 총 14차례의 사채권자집회에서 모두 통과되면서 롯데케미칼은 2조원에 이르는 회사채 조기상환 위기에서 벗어났다. 롯데그룹의 핵심자산인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내놓으며 신용을 보강한 것이 사채권자를 설득하는데 주효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기한이익상실(EOD·채권자가 대출금을 만기전에 조기 회수하는 것)의 고비를 넘겼지만 안심하기 이르다. 수천억원의 적자가 누적되고 있는 상황에서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중요 과제로 떠오를 전망이기 때문이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3분기 누적 66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올해 연 7319억원의 손실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기간 당기순손실도 6763억원으로 전망됐다. 이 가운데 1년내로 상환해야 하는 단기차입금은 3분기 말(별도) 기준 2조2826억원에 이른다.
이번 EOD 사유가 발생한 재무특약이 걸린 차입금이 더 있다는 것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구체적으로 ▲외화은행차입금 2255억원 ▲장기차입금 9500억원 ▲종속기업 지급보증 2조4607억원 등 총 3조6362억원이다. 모두 'EBITDA/이자비용 5배 이상 유지'가 공통으로 설정돼 있다. 다행히 이 차입금의 경우 이미 웨이버(일시적 적용 유예)를 받았거나 재무특약 준수의무가 면제된 만큼 당분간 EOD 사유 발생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게 시장 관측이다.
그럼에도 재무와 관련한 우려를 완전히 불식시키기 위한 실적 개선과 자체적인 재무구조 개선 노력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이를 의식한 듯 롯데케미칼은 에셋라이트(자산경량화)와 비핵심자산 매각에 고삐를 쥔다. 우선 신규 및 경상 투자는 계획 조정으로 현금흐름 개선 및 투자 리스크 관리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저효율 사업 구조조정과 비핵심사업 매각을 추진한다. 지난 10월 말레이시아 합성고무 생산법인(LUSR)은 청산을 결정했고, 해외 자회사 지분을 활용해 1조30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롯데케미칼의 미국 자회사 LCLA는 주가수익스왑(PRS) 방식을 활용해 6600억원을 조달했다. PRS는 주가 수익을 교환하는 파생상품 계약으로 일종의 담보 성격을 지닌다. 나머지 7000억원은 인도네시아 자회사 LCI 지분을 대상으로 한 PRS 계약으로 조달할 예정이다. 앞서 롯데케미칼은 보유예금 2조원을 포함해 가용 유동성 자금 총 4조원을 확보하기도 했다.
이날 사채권자집회 후 취재진과 만난 성낙선 롯데케미칼 화학군HQ 재무혁신본부장(CFO, 상무)은 내년 채무상환을 우려할 상황인가라고 묻자 "사전에 PRS 등을 준비한 만큼 내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채무는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규모로 본다"며 "개별 기준 부채비율이 좀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차입금 규모도 더 줄어들 수 있도록 (재무구조 개선) 기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투자도 EBITDA 범위 내에서 하겠다고 시장과 소통하고 있다"며 "재무안정성 개선을 가장 최우선으로 두고 있기 때문에 (내년에는) 좀 더 공격적으로 자산 매각 등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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