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인도네시아에 대규모 석유화학단지(라인 프로젝트)를 조성 중인 롯데케미칼이 공장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현지 계열사에 8400억원 규모 채무보증을 섰다. 내년 상반기 완공 목표로 막바지 공사가 한창인 가운데 현지 법인에 대한 채무보증으로 결국 롯데케미칼의 연결재무제표상 차입금이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총차입금이 10조원으로 늘어난 상황에서 롯데케미칼은 재무건전성 개선을 위해 매입채무 유동화 카드를 꺼내들 것이란 게 시장 전망이다.
롯데케미칼은 2022년 자회사 롯데케미칼타이탄과 합작해 인도네시아 반테주에 라인 프로젝트를 건설하기로 했다. 공장 건설은 인도네시아 법인 LCI(PT LOTTE Chemical Indonesia)가 담당한다. LCI는 롯데케미칼과 롯데케미칼타이탄 각각 49%, 51%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LCI의 완공 목표 시점은 내년 상반기다. 양산이 본격화하면 연 에틸렌 100만톤, 프로필렌(PL) 52만톤, 폴리프로필렌(PP) 25만톤 등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공장 완공을 앞두고 롯데케미칼은 LCI에 8400억원 규모의 채무보증에 나섰다. LCI는 이번 채무보증을 통해 현지에서 대출을 시행했다. 채무보증은 통상 자금 확보에 대한 신용보강 차원에서 이뤄진다. 계열사인 LCI가 향후 채무를 상환하지 못할 경우 모회사인 롯데케미칼이 대신 갚아주기로 한 약속이다. 이번 자금조달 지원으로 롯데케미칼의 채무보증 잔액은 5조5583억원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롯데케미칼 측은 "LCI가 인도네시아 석유화학단지 완공 후 시설 운영 시작 예정으로 시생산 및 상업생산을 위해 금융기관에서 운영자금을 조달하고자 한다"며 "당사가 대주단의 요청에 따라 LCI의 차입금액에 대한 지급보증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롯데케미칼이 19일 사채권자 집회를 계기로 유동성 우려를 털어내는 데 주력하는 가운데 계열사 채무보증으로 차입금 확대가 우려된다. 채무보증은 연결재무제표상 롯데케미칼의 차입금으로 잡히기 때문이다. .
물론 LCI의 이번 차입은 인도네시아 공장 가동을 위한 운영자금 조달 목적이었던 만큼 시장에서도 예상 가능한 채무보증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석유화학 업황 침체 속에 단기차입금이 지속 늘어나면 재무에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재무건전성 개선 필요성이 제기된다.
유준위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LCI의 공장 건설이 내년 상반기 중으로 마무리될 텐데, 이를 앞두고 공장 운영을 위한 차입을 더 일으켰다"며 "인도네시아 공장이 최신 설비로 구비돼 원가경쟁력이 높아지겠지만 업황 침체가 길어지다 보니 실적 기여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실제 롯데케미칼의 연결기준 3분기 말 총차입금은 10조9571억원으로 지난해 말 10조141억원 대비 9.4% 증가했다. 같은기간 차입금의존도는 29.9%에서 31.8%로 상승했다. LCI 차입금에 대한 채무보증 기간이 2024년 12월 17일부터 2025년 9월까지인 점을 고려하면 이번 차입으로 롯데케미칼 단기차입금 상환부담이 높아질 수 있는 셈이다. 현재 롯데케미칼 총차입금 중 1년 안에 상환해야 하는 단기차입금은 3조4439억원이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케미칼이 매입채무 등 운전자본 유동화를 검토 중인 만큼 일시적으로 차입금 규모가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재무구조 개선 노력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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