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권녕찬 기자] 코스피 상장사 '대호에이엘'이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고 있다. 3년째 전환사채(CB) 발행이 지연되고 있고 추진 중이던 유상증자도 미뤄지고 있다. 단기차입금 부담과 환율 상승으로 운영자금이 필요하지만 지속된 납입 연기로 자금조달 불확실성이 커지는 모습이다. 이 과정에서 실소유주인 김석진 씨가 대주주로써 책임경영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호에이엘은 50억원 규모의 제19회차 CB 납입일을 기존 10월25일에서 2025년 4월25일로 연기했다. 사유는 단순 납입일정 변경에 따른 정정이다.
제19회차 CB 납입은 3년 넘게 지연되고 있다. 2021년 11월 발행 결정 공시 이후 13차례나 납입일을 변경했다. 납입 대상자도 5차례나 바뀌었다. 초기 발행 대상자는 모트핵심역량산업3호투자조합이었지만 두온투자조합, 초록뱀신기술조합5호, 비덴트, 김석진 씨 등으로 변경됐다.
김석진 씨는 현재 대호에이엘의 실소유주다. 올해 4월 납입 주체가 실질적인 최대주주인 김석진 씨로 변경됐지만 아직 납입하지 않고 있다. 당시 대호에이엘 이사회는 납입 예정자의 투자 의향과 납입 능력, 투자 시기 등을 고려해 선정했다고 밝혔다.
대호에이엘의 명목상 최대주주인 비즈알파는 대호에이엘 주식 전부에 대해 주식담보대출을 받고 있다. 앞서 보유 지분 6.56%(443만1주) 전체에 대해 주식담보대출 계약을 맺었다. 이후 지난 8월말 일부 지분을 매각한 뒤 남은 주식 전부를 담보로 또다시 대출을 받았다. 비즈알파의 최대주주는 김석진 씨다.
대호에이엘 지분을 활용해 자금을 빌리고 있지만 실소유주는 정작 CB 납입을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실소유주인 김석진 씨가 대호에이엘의 자금 사정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또한 대호에이엘에 대한 지배력 약화로 경영권이 위협받으며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코스닥 기업은 공시 규정에 따라 자금조달이 6개월 이상 지연되면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될 수 있다. 하지만 코스피 상장 기업의 경우 6개월 지연에 따른 불성실공시법인지정 부담을 피할 수 있다. 대호에이엘 관계자는 "아직 거래소에서 제재를 받은 적은 없다"며 "CB 발행 결정 이후 최대주주가 빈번하게 바뀌면서 조달이 잘 안됐다"고 말했다.
대호에이엘은 현재 CB 뿐만 아니라 유상증자도 미뤄지고 있다. 지난 7월23일 1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겠다고 공시했다. 하지만 두 차례 납입일을 변경하면서 내년 2월말로 연기됐다.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발행 대상자는 The World Share(HK) Limited다. 홍콩계 유한회사로 최대주주는 Jin Chenghuan이란 인물이다. 실체가 불분명해 실제 납입이 가능할 지에 대해 의구심이 지속 나오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6월말 1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는 성공했다. 하지만 한 달 뒤 다시 100억원의 유증을 추진하면서 운영자금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해석된다.
알루미늄 소재기업인 대호에이엘은 본업에서 꾸준하게 이익을 내고 있다. 최근 3년간 평균 매출은 1663억원이며 매년 흑자도 내고 있다. 3년 평균 영업이익은 65억원 수준이다.
하지만 이자비용 탓에 재무 부담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3분기 기준 대호에이엘의 단기차입금은 321억원에 달한다. 지난해에는 400억원 안팎에 달했다. 올해 차입 규모를 줄여가곤 있으나 금융비용이 적잖은 부담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 이자비용은 3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본업으로 벌어들인 돈의 절반 가량을 이자에 내는 셈이다. 이자 부담 탓에 3분기 기준 이자보상배율은 1.9배에 그친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현금성자산은 383억원 수준이다. 하지만 단기차입금이 수백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해당 현금은 차입을 통한 현금으로 풀이된다.
환율 상승도 부담이다. 알루미늄 잉곳(AL-INGOT)이라는 원재료가 국내 생산이 불가능해 대호에이엘은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고환율은 회사의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환율 상승에 따른 원부재료 부담을 경감하고 높은 이자비용에 대응하기 위해 자금조달에 나서고 있으나 납입이 지속 미뤄지는 상황인 것이다.
대호에이엘 관계자는 "알루미늄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꾸준히 이익을 내고 있다"며 "최대한 추진 중인 자금 조달을 신속히 마무리 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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