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우리금융지주가 동양생명·ABL생명보험 인수와 관련해 이사회로부터 승인을 받을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다. 손태승 전 회장의 친인척 부당 대출과 관련해 금융당국이 제재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우리금융 이사회 결정에 변수가 생긴 탓이다. 5개 과점주주가 추천한 사외이사가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우리금융 이사회의 독특한 구조를 눈여겨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28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 관련해 실사 결과와 협상내용 전반에 관한 사항을 공유할 예정이다. 우리금융은 이사회의 과반 동의를 얻어야 동양생명·ABL생명 인수 절차에 본격 돌입할 수 있다.
시장 안팎에서는 따질 게 많은 만큼 이사회는 선뜻 결론을 내리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비은행 경쟁력 강화 측면만 보면 동양생명·ABL생명 인수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현재 우리금융의 복잡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 보인다.
당장 우리금융은 금융당국의 기관 제재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금융이 동양생명·ABL생명의 대주주인 다자보험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더라도 금융당국의 대주주적격성 심사에서 좌절될 수도 있다.
물론 우리금융은 금융당국의 제재 대상에서 지주사(우리금융)가 제외될 수 있다고 보고 동양생명·ABL생명 인수를 추진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우리금융의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 자칫 계약 체결 이후에 우리금융 탓으로 거래가 무산되면 수천억원대 책임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도 금융권에서 나온다.
손태승 전 회장의 친인척 부당 대출은 우리은행에서 이뤄진 만큼 지주사에 책임을 묻는 게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손 전 회장의 연루 여부나 금융당국 분위기 등을 따져볼 때 지주사도 제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만약 우리금융이 기관 제재를 받으면 최소 1년간 인수합병(M&A)을 추진할 수 없다.
아예 동양생명·ABL생명 인수 관련 논의 자체가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손 전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내용이 처음으로 우리금융 이사회에 정식으로 보고될 예정인데다 사안의 심각성으로 볼 때 관련 논의가 길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금융 이사회 관계자는 "28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손 전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관련해 처음으로 경과보고가 있을 예정"이라며 "이 내용과 함께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동양생명·ABL생명 인수 안건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리금융 이사회를 구성하는 사외이사의 절반 이상이 5개 과점주주에서 추천한 인물이라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과점주주가 모두 금융회사로 금융당국과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은 다른 금융지주와 비교해 과점주주 체제라는 독특한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 과점주주 체제는 2016년 우리금융 민영화 과정에서 구축됐다. 현재 과점주주는 한국투자증권·푸본생명·키움증권·유진PE·IMM PE 등 5곳이며 이들의 지분율은 17% 정도다.
실제 우리금융의 제재 여부와 별도로 금융당국은 우리금융에 거센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과점주주로서는 자칫 불똥이 튈 수 있는 만큼 금융당국에 밉보일 수 있는 행보는 뭐든 자제하고 싶을 가능성이 크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금감원 임원회의에서 "우리금융이 보이는 행태를 볼 때 더는 신뢰하기 힘든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서는 "사건이 제때 보고되지 않은 데 누군가는 책임져야 한다"며 "법률상 할 수 있는 권한을 최대한 가동해 검사 제재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우리금융 이사회는 사내이사인 임종룡 회장과 사외이사 7명 등 모두 8명으로 구성돼 있다. 사외이사 7명 가운데 5명이 과점주주의 추천으로 이사회에 합류했다. 나머지 2명은 이은주·박선영 사외이사로 올해 3월 우리금융의 추천으로 이사회에 합류했다.
정찬형 이사회 의장은 한국투자증권 추천으로 5년 전부터 우리금융 이사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윤인섭 이사(푸본생명), 윤수영 이사(키움증권), 신요환 이사(유진PE), 지성배 이사(IMM PE) 등도 과점주주 추천 인사다.
투자금융업계 관계자는 "제재 여부를 떠나 금융당국이 우리금융을 대놓고 문제라고 보고 있는데 인수합병 작업을 끝까지 순탄하게 이어갈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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