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하나금융그룹이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 지분 확보에 1조원을 투입하기로 하면서 함영주 회장의 성장 전략에도 변화 가능성이 감지되고 있다.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는 만큼 향후 자본 배분 전략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증권·보험 중심의 기존 비은행 확장 전략보다 디지털자산과 스테이블코인 등 미래 금융 패러다임 변화 대응에 우선순위를 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계열사 하나은행을 통해 두나무 지분 228만4000주(6.55%)를 약 1조33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거래가 완료되면 하나은행은 두나무의 4대 주주가 된다. 하나금융은 투자 목적과 관련해 "디지털자산 기반 미래 금융 생태계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그룹의 디지털 금융 경쟁력 및 고객 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투자를 단순 재무적 투자보다 전략적 성격이 강한 투자로 해석하고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논의와 디지털자산 관련 법·제도 정비 논의가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스테이블코인 시대 핵심 유통망과 블록체인 기반 금융 인프라를 선점하기 위한 승부수라는 의미다. 두나무가 운영하는 업비트는 국내 최대 수준의 디지털자산 거래량과 이용자 기반을 보유하고 있어 향후 스테이블코인 생태계에서 핵심 유통 채널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1조원이 넘는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는 만큼 향후 하나금융의 자본 배분 전략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두나무 지분 인수는 위험가중자산(RWA) 증가를 통해 보통주자본(CET1)비율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CET1비율은 금융지주의 주주환원과 자회사 출자, 인수합병(M&A) 여력을 좌우하는 핵심 자본지표다.
하나금융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보통주자본(CET1)비율은 13.09%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투자로 하나금융의 CET1비율이 약 11bp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두나무가 비상장사인 만큼 위험가중치(RW)가 250% 적용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위험가중자산(RWA)이 약 2조5000억원 증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지주 입장에서는 자본 여력이 제한될 경우 대규모 출자나 인수합병보다 자본 효율성이 높은 투자에 우선순위를 둘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금융권에서는 하나증권 추가 자본확충이나 보험사 M&A 등이 당분간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금융지주들이 증권사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규모 증자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하나금융 역시 디지털자산 투자와 기존 비은행 확대 전략 사이에서 선택과 집중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보험사 인수는 대규모 자금 소요뿐 아니라 RWA 확대 부담도 뒤따른다. 금융권에서는 하나금융이 당분간 보험사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하나금융은 그동안 보험 부문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만큼 보험사 매물이 나올 때마다 유력 인수 후보로 거론돼왔다. 최근에도 롯데손해보험, 동양·ABL생명 등 보험사 매각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하나금융의 인수 가능성이 시장에서 꾸준히 언급됐다.
증권 부문 역시 경쟁 금융지주와 비교하면 아직 자기자본 규모 측면에서 격차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나증권의 지난해 말 기준 자기자본은 6조1014억원으로 미래에셋·NH·KB 등 초대형 IB 경쟁사들과 비교하면 아직 차이가 있다는 평가다. 증권사 자기자본 경쟁력은 기업금융(IB), 발행어음, 종합투자계좌(IMA) 등 미래 성장사업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다만 금융권 일각에서는 하나금융이 스테이블코인과 디지털자산 생태계 구축 자체가 향후 하나증권 등 비은행 계열사 성장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스테이블코인 기반 토큰증권(RWA)과 디지털자산 유통 시장이 확대될 경우 하나증권 역시 기존 기업금융(IB)을 넘어 새로운 자본시장 사업 기회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 단순 지분 투자보다 그룹 계열사 전반을 연결한 디지털자산 밸류체인 구축에 무게를 두는 이유다.
조아해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하나금융은 두나무와 협력을 통해 밸류체인을 구축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코인 발행은 하나은행이 맡고, 하나증권은 스테이블코인 활용 금융상품을, 하나카드는 스테이블코인 활용 결제를 담당하는 구조가 가능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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