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에 1조원을 베팅하며 디지털 금융 주도권 경쟁에 본격 뛰어들었다. 시장에서는 이번 투자를 단순 지분 투자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유통망과 블록체인 기반 금융 인프라를 선점하기 위한 전략적 승부수로 해석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주요 관계사인 하나은행을 통해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두나무 지분 6.55%(228만4000주)를 약 1조33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거래로 하나은행은 우리기술투자에 이어 두나무의 4대 주주 지위를 확보하게 된다.
하나금융은 이날 두나무와 함께 금융과 디지털자산을 연계한 미래혁신모델 구축을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MOU)도 체결했다. 양사는 블록체인 기반 외화송금 서비스와 원화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구축, 글로벌 디지털자산 사업 공동 진출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투자가 함 회장이 올해 들어 반복적으로 강조해 온 원화 스테이블코인 전략과 맞닿아 있다고 보고 있다. 함 회장은 스테이블코인을 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지목하며 발행뿐 아니라 유통과 사용까지 연결되는 생태계 구축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이번 두나무 투자는 이러한 구상을 현실화하기 위한 핵심 퍼즐로 읽히기 때문이다.
함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코인의 발행부터 유통·사용·환류까지 이어지는 생태계를 주도적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1월 말 연간 실적 컨퍼런스콜에서는 "단순히 코인을 발행하는 수준이 아니라 새로운 규칙을 만들고 시장을 주도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언급하며 스테이블코인을 차기 성장 동력으로 직접 제시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원화 가치에 연동된 디지털자산이다. 가격 변동성이 큰 일반 가상자산과 달리 가치 안정성을 유지하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금융권에서는 향후 제도화가 본격화할 경우 결제와 송금, 외환, 자산관리, 디지털자산 투자 등 금융 전반의 핵심 인프라가 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특히 업계에서는 단순 발행 자체보다 실제 거래와 이동, 결제가 이뤄지는 유통 생태계를 누가 확보하느냐가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배경에서 두나무와 업비트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업비트는 국내 최대 수준의 디지털자산 거래량과 이용자 기반을 보유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시대가 본격화할 경우 거래소는 단순 코인 매매 플랫폼을 넘어 디지털 원화가 거래되고 이동하며 다른 자산과 교환되는 핵심 유통 채널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
은행권이 자체 플랫폼만으로 디지털자산 유통망을 확보하기 쉽지 않은 만큼 하나금융이 이미 이용자와 유동성을 확보한 업비트 생태계에 전략적으로 올라탄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예를 들어 향후 하나금융이 발행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업비트를 통해 비트코인이나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과 실시간 교환되고 글로벌 디지털자산 시장으로 이동하는 구조도 가능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이번 투자에서 두나무의 자체 블록체인 네트워크인 '기와체인'이 핵심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하나금융과 두나무는 보도자료에서 기와체인을 향후 디지털 금융의 핵심 인프라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하나금융이 단순히 업비트 이용자 기반만 확보하려는 것이 아니라 블록체인 기반 차세대 금융망 자체에 투자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기와체인은 송금·결제·디지털자산 거래 등을 처리하는 블록체인 기반 네트워크로 차세대 금융망 역할을 목표로 개발되고 있다.
하나금융과 두나무는 이미 지난해 말부터 블록체인 기반 해외송금 서비스 공동 개발을 추진해 왔으며 지난 2월 기존 SWIFT 기반 외화송금 서비스를 기와체인으로 구현할 수 있도록 기술 검증까지 마쳤다. 지난 4월에는 포스코인터내셔널과 3자 협력 체계를 구축하며 사업 실효성 검증에도 나섰다.
현재 국제송금 시장은 SWIFT망과 중간은행 구조를 기반으로 운영된다. 하지만 블록체인 기반 송금 체계가 자리 잡게 되면 실시간 거래와 정산이 가능해지고 중개 비용도 줄어들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하나금융이 외환 경쟁력이 강한 점을 고려하면 향후 블록체인 기반 외환·송금 시장까지 선점하려는 전략적 의도가 담겨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권에서는 향후 네이버파이낸셜과의 연결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는 두나무와 네이버파이낸셜의 기업결합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향후 네이버페이 기반 생활 결제 플랫폼까지 연결될 경우 하나금융의 은행·외환·자산관리 역량, 업비트의 디지털자산 인프라가 결합된 새로운 디지털 금융 생태계가 형성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분석도 금융권에서 제기된다. 당장 원화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제도는 아직 정비 단계에 있다. 발행 주체와 준비금 규제, 자금세탁방지(AML)·고객확인(KYC) 기준 등은 확정되지 않았다. 특히 발행 주체를 은행권 중심으로 제한할지 여부와 준비금 규제 수준 등이 향후 시장 판도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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