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박안나 기자] 부동산 양극화가 2025년 건설업황 침체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지방 부동산 시장 침체 여파로 건설사들이 유동성 위기에 빠지는 탓이다.
미분양 증가에 따른 자금 회수 지연은 건설사 유동성 저하로 이어지게 되는데, 현금 유동성이 부족해진 건설사들이 차입금에 의존하게 되면서 실적 부진 및 재무건선성 저하를 겪게 된다는 분석이다.
정성훈 나이스신용평가 기업평가4실장은 9일 여의도 한국거래소 콘퍼런스홀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건설사 부실의 가장 큰 원인이 부동산 양극화 심화라고 판단한다"며 "지방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경기 침체 상황이 건설사들의 자금 운용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시공사는 분양실적이 저조한 지방 사업장에서는 제 때에 공사 대금을 회수하지 못하지만, 책임준공 약정 등에 따라 공사를 계속 진행할 수밖에 없다. 부족해진 현금흐름을 충당하기 위해 외부 차입을 통해 자금을 융통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건설사들은 차입금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재무건정성이 저하되고, 차입금에 대한 금융비용 증가를 겪는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주요 건설사의 매출채권은 31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과 비교하면 증가폭은 무려 70.1%에 이른다. 특히 회수 지연이 심각한 '6개월 초과 매출채권'의 비중은 같은 기간 26.1%에서 33.8%로 확대됐다.
매출채권 중 부실화 가능성이 높은 분양률 70% 미만 사업장의 매출채권은 약 2조7000억원인데, 이 가운데 무려 73.6%가 지방 사업장으로 나타났다.
지방 미분양 현장 등에서 발생하는 공사비 회수 지연 탓에 건설사들의 유동성 저하가 심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2022년 이후 주요 건설사들은 꾸준히 영업현금흐름 적자를 이어가고 있는데, 부족한 자금을 외부 차입에 의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건설사들의 순차입금 의존도는 2021년 말 -1.4%에서 2024년 말 10.1%로 급등했다.
특히 대형 건설사 대비 수주경쟁력이 열위한 중소형 건설사들의 경우, 수주 포트폴리오에서 지방 사업장 비중이 높은 데 따라 더 부실 위험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서울·수도권의 회복세와 달리 지방은 인구 감소, 미분양 증가 등으로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지방사업 비중이 높은 건설사들은 경영난에 직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수도권 분양시장에서 상위 10개 대형건설사의 비중은 2022년 33.5%에서 2024년 64.7%로 급등했다. 반대로 중견 건설사들의 사업 기반은 지방으로 더욱 편중되며 포트폴리오 위험이 커졌다. 미분양과 인허가 대비 낮은 착공률, 주택 수급 불균형이 맞물리면서 지방 건설 경기는 당분간 어려운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정 실장은 "지방 부동산 수요가 위축된 상황인 점을 감안하면 지방 지역의 미분양 위험은 지속될 것"이라며 "2025년은 이와 같은 지방을 중심으로 한 미분양 위험 등으로 인해 건설사의 현금 유동성이 압박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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