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평가는 18일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긴축과 침체의 시기, 주요 산업의 크레딧 이슈(Credit Issue) 점검' 세미나를 통해 건설업 신용등급 방향성을 예측했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 1년이 지난 현재 건설사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 규모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기업평가가 유효등급을 보유한 21개 건설사를 대상으로 건설사 PF 우발채무를 집계한 결과 지난달 말 기준 22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들 건설사의 지난해 6월 말 기준 PF 우발채무가 18조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약 29% 증가한 것이다.

김현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올해 신용등급 AA급 및 A급 건설사가 개발사업 관련 공격적인 수주를 이어가고 있고 건설산업 업황 저하로 금융권이 추가적인 신용보강을 요구하고 있어 건설사 PF 우발채무 규모는 증가했다"며 "A급 중심으로 초단기 우발채무 비중은 감소했지만, 2023년 말에서 2024년 초 고금리 PF 차환 여부에 대해선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책임연구원은 건설사의 보유현금성 자산을 감안하면 PF 우발채무에 대한 유동성 대응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용등급을 막론하고 건설사들의 보유현금성 자산 대비 PF 우발채무 지수는 1배 내외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23년 8월 말 기준 AA급 건설사의 보유현금성 자산 대비 PF우발채무 지수는 1.2배로 나타났다. A급과 BBB급도 각각 1.0배, 1.3배로 조사됐다.

김 책임연구원은 현재 건설사의 수익성 하락 추세를 고려하면 향후 신용등급 하향변동요인에 저촉하는 건설사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김 책임연구원은 "신용도 상향을 위해선 수익성 개선을 통한 이자비용 이상의 현금 창출 능력을 갖춰야 한다"며 "현재 건설업황을 보면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수익성 저하로 재무부담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에 신용도 하방 압력이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공사 중인 현장에서 대형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만큼 향후 '시공' 부문도 신용도 평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책임연구원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기점으로 안전과 관련된 이슈가 점차 확대되면서 개별 건설사의 신용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국토교통부도 시공능력평가 제도 개선을 예고한 것을 고려하면 향후 시공 품질이나 시공 안전 등에 관련된 이슈가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정부 주도의 건설업 리스크 완화 정책이 이어지고 있어 관련 업계의 신용등급 하향 기조는 장기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책임연구원은 "현재 어떻게 살아남느냐가 아니라 살아남는 것 자체가 중요한 시기"라며 "정부가 정책으로, 금융기관은 만기 연장 등을 통해 노력하고 있어 신용등급이 단기적으로 급격히 하락하기보단 장기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