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송한석 기자] "이미 중국 공급 과잉으로 국내 다수 산업이 부정적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미국 우선주의에 따라 자동차, 철강, 이차전지 사업 등이 불리한 환경에 노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재호 나이스신용평가 기업평가2실장은 9일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나이스신용평가(나신평) '나이스 크레딧 세미나(NICE CREDIT SEMINAR) 2025'에서 이같이 말했다. 중국의 영향으로 실적이 둔화된 상황에서 미국의 정책 변화로 주력 사업마저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우선 LG그룹은 석유화학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배터리 부문의 산업환경 저하로 그룹의 이익창출 개선이 지연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LG그룹은 디스플레이 투자는 줄고 고마진 모바일 OLED 패널 출가 증가와 환율상승 영향으로 영업적자폭이 축소됐다. LG전자도 우수한 재품경쟁력을 바탕으로 영업실적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공급과잉 등으로 석유화학에서 부진한 영업실적이 장기화되고 배터리 투자가 확대되면서 현금흐름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2024년 그룹 총차입금이 66조원까지 늘어나는 등 재무부담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보조금 폐지 시 실적 저하 가능성까지 존재한다.
최재호 실장은 "석유화학 부문은 중국의 내수 진작이나 종전 이후 원재료 경쟁력 제고에 대한 기대감은 있지만 높은 공급과잉 수준을 감안하면 가시적인 이익 창출이 쉽지 않다"며 "배터리도 미국 내 투자 부담이 계속되면서 차입금 증가는 지속될 것이고 미국의 보조금 정책 불확실성도 존재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룹 전반적으로 디스플레이의 실적 개선과 LCD 공장 매각 대금 등으로 신용 위험은 완화됐지만, 석유화학 부문의 신용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며 "상반기 정기 평가에서 석유화학 수급 변화와 배터리 산업 관련 정책 변환 등을 중점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SK그룹은 반도체, 통신 등 실적이 양호한 사업 비중이 60%를 상회해 그룹 전반 이익창출력이 개선됐다는 분석이다. 총차입금 규모도 114조원으로 전년 대비 3조원 줄어들며 재무부담도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반도체 부문에서 HBM, eSSD 등 고부가제품군 판매 호조로 영업실적이 개선돼 차입금을 순 상환한 결과다.
그러나 반도체 부문을 제외하면 전반적인 실적이 저하됐다. 특히 배터리 부문의 사업 환경이 부정적이다. 그럼에도 그룹 전체적으로 보면 SK하이닉스가 이끄는 반도체 사업의 이익 창출 확대와 비주력 사업 매각 등을 감안하면 재무부담 완화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포스코그룹의 경우 철강과 상사 부문이 그룹 실적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상사를 제외한 주요 산업들이 모두 부진하며 그룹 전반의 이익창출력이 둔화됐다. 2022년 이후에는 CAPEX(설비투자) 규모가 크게 확대된 반면,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악화되며 재무부담이 심해지고 있다.
철강산업은 중국 내수 소비량 감소로 인한 수출량 증가로 공급과잉이 지속되고 있다. 미국, 유럽에서의 상황이 좋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이익창출력 개선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차전지소재도 국내외 대규모 투자를 지속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반적인 성장세 둔화와 공급 경쟁 심화에 따른 실적 개선 지연 등으로 채무상환 부담이 확대된다는 분석이다.
최 실장은 "포스코그룹 영업실적은 주력 회사인 포스코에 상당 부분 연동하고 있는데 포스코 실적이 둔화되면서 그룹 전방의 이익도 악화됐다"며 "2024년은 이차전지소재 부문의 실적 부진이 심화됐고 그룹의 영업이익률이 2008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낮아졌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철강은 미국의 관세 부과와 유럽의 쿼터 축소 등 통상환경 악화를 감안하면 실적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차전지소재 부문의 신용 위험도 커지고 있어 포스코퓨처엠의 재무개선 계획 추진과 그룹 전반의 투자 기조변화 여부를 중점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그룹 전반 이슈를 종합하면 LG그룹은 석유화학 부문의 재무부담 증가와 이차전지 사업 관련 각국의 정책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며 "SK그룹은 이차전지 사업의 안정화가 지연되고 석유화학 부문의 구조 개편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포스코그룹은 철강 부문의 실적 둔화 우려가 커지고 이차전지소재 사업에 대한 지원 부담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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