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승주 기자] BGF그룹이 지난해 장기간 이어온 지주사 전환 작업을 사실상 마무리지었다. 이 과정에서 지주사 BGF를 중심으로 수평적으로 뻗어 있던 계열사들을 유통과 소재 양 부문으로 수직계열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BGF그룹의 계열분리 가능성이 점쳐진다.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오너3세 홍정국 BGF 부회장과 홍정혁 BGF 사장이 각자의 사업영역을 구축하며 분리경영 토대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BGF그룹은 2017년부터 지주사 전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그룹은 앞선 2017년 11월 인적분할을 통해 BGF리테일을 존속법인 'BGF'와 신설회사 'BGF리테일'로 분할했다. 이듬해 BGF는 BGF리테일 주주를 대상으로 공개매수에 나서며 지분 30%를 확보하고 그룹의 지주사로 거듭났다. 이 과정에서 오너일가도 공개매수에 참여해 BGF의 특수관계인 지분을 69.73%까지 끌어올렸다.
이후 BGF그룹은 지주사 BGF를 중심으로 수평적으로 펼쳐져있던 계열사들의 수직계열화를 추진해왔다. 먼저 BGF는 2021년 2500억원을 투자해 코스닥 상장사 코프라(KOPLA)를 인수하고 이듬해 완전자회사 BGF에코바이오를 코프라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이후 코프라는 BGF에코바이오를 흡수합병해 BGF에코머티리얼즈로 사명을 변경했다.
지주사 전환 작업은 지난해에도 이어졌다. BGF는 작년 6월 완전자회사 BGF네트웍스의 지분 100%(약 723억원)를 BGF리테일에 매각한데 이어 동부로지스(30%)·하이로지스(35%)·화인로지텍(50%) 등 물류자회사 지분(총 121억원)도 함께 넘겼다. 이 과정에서 얻은 수익은 BGF가 BGF에코머티리얼즈의 무수불산 제조시설 건립 자금을 지원하기 위한 제3자유상증자(400억원)에 참여하는데 사용됐다.
결과적으로 BGF그룹은 지난 8년 간 지주사 BGF를 중심으로 유통부문(BGF리테일)과 소재부문(BGF에코머티리얼즈) 두 축으로 하는 지배구조를 완성했다. 이에 대한 명분은 각 부문의 사업포트폴리오의 강화를 위함이다. 일례로 BGF네트웍스는 디지털 사이니지 광고, 비즈메세징 등 디지털 마케팅 사업도 영위하고 있지만 편의점택배 사업의 매출이 전체 61.1%로 가장 높다. 결국 수직계열화를 통한 빠른 의사결정체계 구축과 비용 효율화가 필요했다는게 사측의 입장이다.

다만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BGF그룹의 계열분리를 점치고 있다. 앞선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오너 3세들의 사업영역이 명확히 분리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장남' 홍정국 BGF 부회장은 2024년 정기임원인사를 통해 BGF리테일 부회장이라는 직책을 부여받았고 지난해 4년 만에 BGF리테일 사내이사진에 복귀했다. '차남' 홍정혁 BGF 사장 역시 BGF에코머티리얼즈 대표이사로서 그룹의 소재·신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홍 사장의 그간의 행보도 계열분리 시나리오에 무게를 싣는 모습이다. 홍 사장은 개인 자산을 출자할 정도로 그룹 소재산업에 집중하고 있다. 실제 홍 사장은 2019년 BGF에코바이오를 설립할 당시 자본금 총 300억원 가운데 50억원을 직접 출자했다. 이에 홍 사장은 지난해 말 기준 BGF에코머티리얼즈 지분 1.70%과 자회사 BGF에코사이클 지분 24.3%를 보유하는 등 영역을 공고히 하고 있다. 특히 그는 2022년 자신의 BGF리테일 지분을 모두 매도하기도 했다.
만약 홍 사장이 BGF에코머티리얼즈를 가지고 나갈 경우 자신이 보유한 지분을 활용할 가능성이 언급된다. BGF의 지난해 말 기준 주주구성은 홍석조 회장 32.40%, 홍 부회장 20.77%, 홍 사장 10.50%, 소액주주 30.26%으로 나타났다. 이때 홍 사장은 자신의 BGF 지분과 BGF에코머티리얼즈 지분을 스왑하거나 BGF에코사이클 지분을 매각해 증여세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시장 한 관계자는 "BGF그룹의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오너 3세들의 사업부문이 명확히 나눠지면서 계열분리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며 "홍 회장의 지분에 대한 승계가 완료된 이후 명확한 구도가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BGF그룹 관계자는 "지분승계와 계열분리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짧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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