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슬이 기자] 홈플러스 회생절차의 여파로 국내 사모펀드(PEF) 시장 전반에 불신이 번지며 PEF의 책임경영을 위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PEF의 공시 의무를 강화하고 기관투자자(LP)들이 위탁운용사(GP) 선정 시 수익 실현 과정에 대한 정성적 평가를 엄격히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가 사모펀드 본연의 역할을 훼손하고 글로벌 투자 환경과의 괴리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MBK파트너스를 비롯해 운용자산 기준 상위 30개 대형 사모펀드에 조직도, 펀드 관련 내역 등의 현황 자료를 요청했다. 금감원이 특정 사안에 대한 검사는 아니라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홈플러스 사태 이후 강화된 감독 움직임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지난 18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에서 김병환 금융위원장 역시 사모펀드 운용 투명성 강화를 위한 제도적 개선 필요성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에 PE업계 전반에서는 규제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며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공시의무 강화와 더불어 LP들의 GP 선정 시 수익 실현 과정에 대한 정성적 평가를 반영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동안 PEF는 LP들이 감시 기능을 수행한다는 이유로 금융감독원의 공시 대상에 속하지 않았다.
해외의 경우 실제로 PEF에 대한 공시 의무를 강제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일부 대형 PEF가 자발적으로 투자 내역과 성과를 공개하는 사례가 있지만 법적으로 의무화한 것은 아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규제가 사모펀드의 비공개(Private) 원칙을 훼손하고 본연의 투자 구조를 변질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GP로서의 운영 자율성이 제한되면서 사모펀드가 본래의 모험자본 역할을 수행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PEF 운용사 관계자는 "사모펀드는 높은 자율성을 바탕으로 기업을 장기적으로 육성하는 구조인데 공시의무 강화 같은 규제는 운용사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과감한 투자 결정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며 "사모펀드가 사실상 공모펀드와 다를 바 없어진다"고 말했다.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사태를 국내 PE 전반의 문제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특정 거래에서 발생한 이슈를 사모펀드 전체의 문제로 일반화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PEF가 국내 기업 구조조정과 성장에 기여한 사례도 많은데 이번 사태를 계기로 모든 운용사를 일괄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PEF 운용 투명성 강화는 필요하지만 과도한 규제는 오히려 시장의 활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투자자들의 신뢰 회복과 함께 운용사들이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방향에서 제도가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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