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승주 기자]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자사 편집숍 브랜드 '비이커(BEAKER)'에 대한 사업전략 새판짜기에 돌입했다. 앞서 회사는 비이커 관련 조직을 기존 팀에서 사업부로 격상시키고 담당 사업부장을 임원으로 승진시키는 등 사전작업도 마쳤다. 시장에서는 비이커를 국내 패션업 불황을 극복할 선봉장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올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적극 모색하고 있다. 특히 소비 트렌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신규 브랜드를 발굴하고 플랫폼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다양한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 상품과 서비스를 제안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최근 소비자들의 요구가 다변화·세분화되면서 패션이 개인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문화상품으로 변모하고 있는 영향으로 풀이된다.
새로운 사업전략을 이끌 기대주는 비이커가 꼽힌다. 비이커가 2012년 론칭한 이후 국내 대표 패션·라이프스타일 편집숍으로 자리매김하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한남, 청남, 성수 플래그십 스토어를 비롯해 총 55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그 동안은 국내외 브랜드를 인큐베이팅과 PB 상품을 판매하는 창구로 활용돼왔다.
비이커는 매년 약 250여 개의 브랜드를 인큐베이팅하면서도 폭발적인 성장세를 유지해왔다. 메종키츠네와 가니, 스튜디오 니콜슨 등 독점 수입브랜드는 물론 자체기획 상품(PB)의 역할도 주효했다. 실제 비이커의 매출은 2016년부터 매해 두 자릿수 성장을 거듭해 2023년 기준 매출 2000억원을 돌파했으며 자체 PB 라인인 '비이커 오리지널'의 구매 고객 수는 최근 5개년(2020~2024년) 동안 연평균 2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회사 차원에서도 올해부터 비이커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비이커 오리지널의 전략 상품 물량을 확대하고 신규 아이템을 적극 개발해 공급 규모를 전년 대비 20% 이상 늘린다. 또한 뮤지션과의 협업 프로젝트도 지속해 차별적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을 구성하고 핵심 매장을 추가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사업 확대를 위한 사전작업도 마친 상태다. 이 회사는 앞선 2023년 비이커를 사업부로 격상시키고 작년 말에는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사업부장을 임원으로 승진시켰다. 특히 이번 조직개편과 임원인사로 빈폴·에잇세컨즈(8Seconds) 사업부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점이나 송태근 비이커사업부장이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유일한 임원 승진자였다는 점은 비이커에 대한 회사 측의 기대감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현재 국내 패션업계는 이상기온과 소비둔화, 경쟁심화로 실적 악화를 겪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도 작년 매출이 2조42억원으로 전년 대비 2.3% 감소했으며 같은기간 영업이익이 1705억원으로 11.8%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성숙기에 진입한 국내 패션시장에서 새로운 사업을 발굴해야 하는데 그 역할을 인큐베이팅에 특화된 플랫폼인 비이커에게 맡겼다는 분석이다.
이 과정에서 비이커가 기존 패션·라이프스타일 외 다른 영역까지 사업을 확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지난해 2020년부터 4년 간 테스트 차원에서 운영해온 클린 뷰티 전문 편집숍 '레이블씨' 사업을 철수했다. 다만 LF, 신세계인터내셔날, 한섬 등 경쟁기업들이 뷰티사업에 뛰어드는 등 패션과 뷰티의 사업적 연관성이 깊어지고 있다. 이에 비이커가 향후 레이블씨의 역할을 이어받아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뷰티사업 창구로 활용될 수도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관계자는 "비이커는 국내 대표 편집숍으로서 '컬처 블렌딩 유니언'을 브랜드 정체성으로 삼고 동시대의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을 소개해왔다"면서 "트렌디한 시각으로 다채로운 브랜드를 선별해 선보이면서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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