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권녕찬 기자] '트라이(TRY)'로 유명한 속옷 전문 회사 쌍방울이 상장폐지에 직면했다.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불법 대북송금사건 연루와 횡령·배임 혐의 탓이다. 이른바 오너리스크 영향이다.
쌍방울은 국내 3대 속옷 전문 회사로 꼽힌다. 한 때 '국민 내복'으로 불릴 정도로 인지도 있는 언더웨어 기업이었다. 과거 쌍방울 트라이 TV 광고에는 이덕화, 권상우, 김수현, 구혜선 등 당대 인기 스타들이 모델로 등장했다. 쌍방울 레이더스라는 야구단도 창단하면서 승승장구했다.
2010년 김성태 전 회장이 오너로 등장하며 쌍방울은 사세를 빠르게 키워 나갔다.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쌍방울그룹으로 덩치를 키웠다. 그룹에서 쌍방울은 핵심 계열사이자 상징적인 회사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결국 김성태 전 회장의 '일탈'로 그룹 전체가 위기에 봉착하게 됐다.
한국거래소의 상장적격성 실질심사에서 상장폐지 결정이 나온 뒤 법원에서 이를 뒤집은 사례는 거의 없다고 한다. 이를 감안하면 쌍방울은 상장폐지가 될 가능성이 농후한 상황이다. 코스피 상장사가 상장폐지되는 흔지 않은 불명예의 주인공이 될 처지다.
쌍방울은 지난해부터 거래 재개를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해왔다. 무상감자와 자본잠식 해소, 경영권 매각 등 재무구조와 지배구조 모두를 개선하는 작업을 단행했다. 하지만 상장폐지라는 철퇴를 피하지 못했다.
이를 두고는 다소 늦은 감이 있는 지배구조 개편 타이밍과 더딘 실적 개선에 따른 기업의 계속성 문제, 대주주의 일탈을 견제할 수 있는 내부통제시스템 미흡 등 상폐 결정 배경에 대한 다양한 해석들이 나온다. 쌍방울 매각에 따른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진성(眞成)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작용했다는 시각도 있다.
쌍방울이 최종 상장폐지가 될 경우 당장 자금 조달 측면에서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자금 조달 위축은 신규사업 위축과 재무 부담, 역성장으로 이어진다. 능력있는 인재 영입은 고사하고 엑소더스(대탈출)을 맞이할 수도 있다. 기업 신뢰도 하락과 이미지 실추는 덤이다.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는 것이다.
어느 조직, 기업, 국가이든 리더십이 중요하다. 그간 오너리스크로 추락한 수많은 기업들을 목도했다. 현재 우리나라 국가 리더십의 심각한 일탈로 전 국민이 비용을 치르는 중이기도 하다. 기업 규모나 나라의 크기와 상관없이 어느 곳이든 리더십의 중요성은 더 강조할 필요가 없다.
최근 쌍방울 대표로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취임했다. 쌍방울을 인수한 주체가 네이처리퍼블릭 계열사인 만큼 그의 쌍방울 대표 취임은 정해진 수순이었다. 그가 쌍방울을 이끌게 된 게 자천인지 타천인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쌍방울을 이끌 새로운 구원투수로 등장하게 됐다.
현재로서는 우선 바닥에 떨어진 임직원들의 사기를 회복하는 명확한 비전 제시와 당근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어수선한 분위기를 다잡고 브랜드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체적 액션플랜도 제시해야 한다. 목표 달성에 따른 성과 보상체계도 뒤따라야 한다.
쌍방울은 2022년 대북송금사건 연루 사실이 알려지며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받았으나 현재 시장 점유율에는 큰 타격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고한 브랜드 인지도 덕택으로 풀이된다. 우여곡절 속에서도 매출 역시 큰 폭으로 하락하진 않고 있다.
쌍방울을 이끄는 수장이 바뀐 만큼 새출발이 필요한 시점이다. 강력한 리더십과 신속한 의사결정으로 환골탈태 수준의 변화가 필요하다. 김성태 전 회장이나 정운호 회장의 과거 일탈 행위는 과거에 그쳐야 한다. 정 회장은 과거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정운호 게이트의 당사자다. 과거는 청산하고 새로운 오너십을 보여주는 것이 쌍방울 임직원과 협력사, 그리고 쌍방울 브랜드를 선호하는 소비자를 위한 길이다.
정 회장이 이끄는 네이처리퍼블릭은 현재 재상장을 추진하는 중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과거 본인의 법적 문제로 기업공개(IPO)가 걸림돌이 된 만큼 정상적인 활동을 통한 기업가치 극대화에 주력해야 한다. 쌍방울 역시 새로운 오너십을 바탕으로 반등이 절실하다. 쌍방울의 새로운 '트라이'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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