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승주 기자] 쿠팡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유지하면서 국내 유통업계 최초로 연간 매출 40조원을 돌파했다. 작년 와우멤버십 비용 인상과 반(反)쿠팡연대 등 각종 이슈에도 프로덕트커머스 부문을 20% 가까이 신장시키며 '락인효과'를 한층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장에서는 이마트-알리바바의 협력과 이커머스 배송 역량 확대 등 경쟁사들의 도전 속에서 쿠팡이 올해도 외형 확대를 이뤄낼지 귀추를 주목하고 있다.
쿠팡Inc가 26일(한국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연결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작년 연간 매출은 302억6800만달러(41조2901억원)으로 전년 대비 29.7% 증가했다. 국내에서 유통업체가 연간 매출 40조원을 돌파한 것은 쿠팡이 최초다. 쿠팡의 작년 매출은 롯데쇼핑(13조9866억원)은 물론 신세계그룹 전체 매출(35조5913억원)도 뛰어넘는 수치다.
쿠팡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장기간 유지하고 있다. 2010년 자본금 30억원으로 설립된 쿠팡은 2013년 처음으로 매출 4778억원이라는 연간 실적을 공개했다. 이후 이 회사는 2015년 매출 1조원을 돌파한 이후 2023년 국내 단일 유통기업 최초로 매출 30조원을 넘어설 정도로 급성장했다. 특히 쿠팡이 로켓배송 서비스를 시작한 2014년 이후 10년 동안의 연평균 성장률은 61.20%에 달했다.
주목할 점은 쿠팡이 사업다각화보다 본업 경쟁력 강화로 외형 성장을 이뤄냈다는 것이다. 실제 이 회사의 본업인 로켓배송·로켓프레시·로켓그로스 등 '프로덕트 커머스' 부문 매출은 지난해 36조4093억원으로 전년 대비 18%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해당 부문의 활성고객이 2280만명으로 10% 늘어나고 1인당 매출 44만6500원으로 6% 증가하는 등 세부 지표의 성장도 돋보인다.
이는 멤버십 가격인상, 반(反)쿠팡연대 등 각종 이슈에도 이뤄낸 성과라 더욱 값지다. 실제 쿠팡은 지난해 4월 와우멤버십 구독가를 기존 4990원에서 7890원으로 약 58% 인상했다. 또한 반(反)쿠팡연대로 인식되는 신세계그룹과 CJ그룹은 지난해 6월 온·오프라인 유통과 물류 콘텐츠 등 전방위적 협력에 나섰다. 이에 일각에서는 쿠팡 독주체제에 균열이 생길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지만 상황은 반대로 전개됐다.
결과적으로 쿠팡은 작년 한 해 동안 충성고객을 묶어 놓는 락인효과를 한층 강화한 모습이다. 대내외적인 이슈에도 쿠팡의 고객들이 쉽게 떠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오히려 향후 전략수립이 수월해졌다는 평가들도 나온다. 실제 쿠팡은 올해 성장 목표를 20%로 제시하며 근거로 충성고객의 연간 지출액 상승을 꼽았다.
거랍 아난드 쿠팡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올해 가장 오래된 코호트(Cohort, 충성고객 집단)를 포함, 매년 각 코호트의 연간 지출액은 20% 이상 증가했다"며 "올해는 지난해 4분기 성장률 범위 내 수준인 약 20%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관건은 경쟁사들의 추격 따돌리기다. 그 중에서도 이마트와 알리바바의 협력과 '7일배송' 등 이커머스 전반의 배송 역량 강화, 네이버 플레이스토어의 기술 고도화 등은 향후 국내 유통산업을 판도를 흔들 수도 있다는 관측들이 나온다.
다만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여전히 쿠팡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이들은 쿠팡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서는 와우멤버십을 이탈할 정도로 압도적인 '가격경쟁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경쟁사들의 챌린지가 얼마나 강력하게 시도될지 모르지만 쿠팡을 누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쿠팡을 뛰어넘는 배송경쟁력을 보유하거나 중국 플랫폼에 대한 우려가 명쾌하게 해결되지 않는다면 쿠팡의 독주는 계속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도 "이미 소비자들은 쿠팡의 UI, UX에 익숙해져 있고 와우멤버십 가격이 심리적 저항선에 다다르지 않은 것 같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경쟁사들이 가격경쟁력 우위를 가져갈 수 있는지다. 배송 경쟁력과 C커머스의 안전성 이슈는 차후의 문제"라고 진단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통상 소비패턴에는 관성이 있기 때문에 큰 목적이나 배경이 없다면 이미 안착된 소비자들은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며 "파격적인 가격 할인 등 쿠팡보다 나은 실질적 혜택을 제시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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