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소영 기자] 공모 회사채 발행에 나선 SK㈜가 기존에 계획했던 3·5·7·10년물의 만기 구조에서 장기물인 7년물과 10년물을 제외해 눈길을 끌고 있다. 시장에서는 장기물에 대한 투자 수요 위축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분석이다.
26일 채권업계에 따르면 SK㈜는 내달 7일 최대 45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한다는 계획이다. 만기는 3년물(1500억원)과 5년물(1000억원)로 꾸렸다. 주관 업무는 한국투자증권이 단독으로 맡았고, 조달 자금은 채무 상환에 사용할 예정이다.
눈길을 끄는 건 만기 구조다. 당초 SK㈜는 트랜치(만기) 구조를 장기물이 포함된 3·5·7·10년물로 구성했다. 하지만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기 직전에 장기물(7·10년물)을 빼고 중기물(3년물·5년물)로만 회사채를 발행하기로 확정했다.
IB(투자은행)업계에서는 장기물에 대한 최근 투자자들의 투심 위축을 고려한 결정으로 보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최근 대부분의 발행사들은 회사채 장기물을 찍는 것에 대해 조심스러워하고 있다"며 "국내 리스크인 정치적 불확실성은 시간이 지나면 해소된다고 가정해도, 트럼프 당선 이후 외부적 리스크는 점차 심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투자자들의 장기물을 향한 투심이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최근 수요예측 결과를 보면 장기물에 대한 투자 수요가 전반적으로 약한 상황이다. 대부분 단기물에 쏠리고 있다. 지난 18일 수요예측에 나선 이마트(AA-)만 봐도 2·3·5년물의 투심은 높았으나 7년물의 경우 목표액에 미치지 못하며 150억원가량 미달됐다. LG엔솔(AA0)의 경우는 2·3·5년물은 각각 7600억~1조5700억원 수준에서 자금이 몰렸으나 7년물만 700억원에 불과한 주문을 받았다.
아울러 연내 금리 인하가 예정된 만큼 향후 발행 여건이 현시점 보다 개선될 때 장기물 발행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IB업계 다른 관계자는 "SK㈜의 경우 한 해에 여러 번 회사채를 찍고, 매 발행마다 높은 수준의 자금이 몰리는 기업이다 보니, 굳이 현시점에 장기물을 발행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금리 인하가 몇 차례 이뤄진 이후인 하반기께 장기물을 찍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시가평가수익률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AA+ 7년물 금리는 3.3%, 10년물 금리는 3.7%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SK㈜ 관계자는 "발행한 채권의 만기구조 및 금리조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SK㈜의 채권의 만기 현황을 살펴보면 ▲2025년 1조850억원 ▲2026년 1조5100억원 ▲2027년 1조5300억원 ▲2028년 1조1200억원 ▲2029년 8100억원 ▲2030년 4800억원 등으로, 비교적 3·5년 뒤 만기도래 채무물량은 적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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