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주명호 기자] 신용카드업계 시장점유율 경쟁 구도에 시장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현대카드가 지난해 신용판매 취급고를 가파르게 늘리면서 시장점유율 순위를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된 요인이 무수익으로 통용되는 법인 구매전용(법인구매) 카드 실적이라 실질적인 시장점유율은 여전히 신한카드에 뒤처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의 지난해 법인구매 카드 취급액은 전년(12조5625억원) 대비 39.6% 급증한 17조5416억원으로 카드사 중 가장 많았다. 2022년 7조5946억원과 비교해 약 2.3배 늘어났다.
법인구매 카드는 기업간 거래 시 대금을 결제하는 용도의 사용을 의미한다. 일반적인 카드 수수료율이 아닌 거래 당사자간의 계약에 따라 별도로 수수료율을 적용할 수 있고 여신기일 역시 다르게 설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수수료율을 0% 수준으로 낮추고 대금 납부일자를 다음달이 아닌 6개월 후나 12개월 후 등으로 정하는 식이다.

업계에서는 이 때문에 실적 규모와 관계없이 법인구매 카드 수익성은 '0'이나 다름없다고 평가한다. 카드사들은 법인구매 카드를 수익 창출이 아닌 관계사의 거래 결제를 지원하거나 기업 영업 마케팅 측면에서 혜택을 제공하는 용도로 본다. 현대카드와 롯데카드가 상대적으로 법인구매 카드 실적이 높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여신금융협회가 매월 집계하는 신용카드 이용실적 통계에서도 같은 이유로 법인구매 카드 실적을 별도로 구분하고 있다.
현대카드는 지난해 이같은 법인구매 카드 실적을 포함해 총 166조2688억원의 신용판매 실적을 올렸다. 이 기준 시장점유율은 17.22%로 신한카드(17.19%)보다 0.03%포인트 앞선다. 법인구매 카드를 늘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반면 법인구매 카드를 제외한 신용판매 취급고만 따지면 여전히 신한카드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법인구매 카드 제외 신판 취급액 기준 지난해 시장점유율은 ▲신한카드 17.28% ▲현대카드 16.14% ▲삼성카드 15.76% ▲KB국민카드 14.27% ▲롯데카드 9.09% ▲NH농협카드 7.61% ▲우리카드 7.49% ▲하나카드 7.07% ▲비씨카드 5.30% 순으로 나타났다.
카드업계는 법인구매 카드 제외 기준으로 신용판매 취급액을 따져야 정확한 시장점유율을 파악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법인구매 카드는) 실적 규모 대비 정말 미미한 수익이 발생하는 만큼 업계 전반이 무수익이라고 인식해왔다"며 "수익성과 연결되지 않는데 시장점유율 집계에 포함시키는 것은 왜곡이나 다름 없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대부분 카드사들은 법인구매 카드 축소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그간 고금리 환경으로 비용 부담이 확대됐던 만큼 효율적인 수익 창출 능력이 더욱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하나카드의 경우 2022년 1조6472억원이었던 법인구매 카드 취급 규모를 지난해 1332억원으로 대폭 줄였다. 2년만에 약 90% 이상을 줄인 셈이다. 같은 기간 우리카드의 법인구매 카드 취급액 역시 4조963억원에서 8990억원으로 약 21.9% 수준까지 낮췄다.
삼성카드의 경우 지난해 법인구매 카드 취급액이 3조8568억원으로 업계 4위를 기록했지만 전년대비로는 동결 수준으로 취급 규모를 관리했다. 금리인상기 이전부터 무수익 자산에 대한 비용 절감을 지속해 온 영향이다.
삼성카드는 자동차 구매 캐시백, 국세·지방세 납부 무이자혜택 등 수익성이 낮은 항목에 대한 마케팅 비용을 일찌감치 줄여 내실경영을 강화해왔다. 여기에 조달비용 축소 행보까지 더해지면서 지난해 전체 당기순익이 10년만에 처음으로 업계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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