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김규희 기자] 국제상업회의소(ICC)가 2차 중재판정을 통해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외부기관으로부터 1주당 공정시장 가격을 정해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등 재무적투자자(FI)들의 주식을 되사주라고 판단했다. 1차 판정과는 달리 신 회장에게 공정한 가격으로 주식을 매수할 의무가 있다고 본 것이다. 어피니티 측이 제시한 평가기관에서 가격을 결정하는 만큼 최종 가격은 인피니티 측이 제안한 값에 가까워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2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어피니티 컨소시엄(어피니티, IMM프라이빗에쿼티, 가디언 홀딩스 리미티드, 베어링PEA, 헤니르 유한회사)은 신 회장과의 2조원대 풋옵션(특정 가격에 주식을 팔 권리)을 두고 다툰 국제상업회의소(ICC) 국제중재 사건에서 승소했다.
ICC는 어피니티 측 청구를 받아들여 신 회장에게 주주간계약에 따른 감정평가인을 선임하고 감정평가보고서를 30일 안에 제출하도록 명령했다. 나아가 신 회장이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의무이행 시까지 일당 20만달러(약 2억9000만원)를 지급하도록 하는 간접 강제금을 부과했다.
향후 핵심 쟁점이 되는 건 풋옵션 가격 산정이다. 1차 중재 때는 풋옵션 행사 권리는 유효하다고 판단했지만 신 회장에게 어피니티 측이 제시한 가격으로 주식을 매수할 의무는 없는 것으로 인정했다. 하지만 이번 2차 중재에서는 신 회장에게 공정시장 가격으로 주식을 되사주라는 판단이 나온 만큼 풋옵션 가격이 어떻게 결정되느냐가 중요하다.
ICC는 먼저 신 회장에게 외부 감정평가기관을 선정해 풋옵션 가격을 산정하라고 지시했다. 다만 해당 가격과 어피니티 측이 제시한 가격이 10% 이하로 차이가 난다면 두 가격의 평균을 행사가격으로 인정하도록 했다.
문제는 차이가 10% 이상 벌어지는 경우다. ICC는 이럴 때 어피니티 측이 제3의 평가기관 3곳을 제시하고 그중 하나를 신 회장이 택하도록 했다. 이마저도 신 회장이 거부할 경우 어피니티 측이 평가기관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업계는 이번에 주식 공정가격 판단 절차가 어피니티 측 중심으로 이뤄지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당초 어피니티 측이 제시한 주당 40만9000원으로 정해지지 않더라도 상당 수준 해당 금액에 가까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 PEF 관계자는 "양쪽이 처음 제시한 가격은 10% 이상 차이가 날 확률이 높다"며 "그 다음이 중요한데 어피니티 측이 제시하는 평가기관 중 하나를 신 회장이 선택해야 한다. 전반적인 분위기가 어피니티 측을 중심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말했다.
ICC가 제시한 절차대로 진행하면 풋옵션 가격 산정 절차는 내년 상반기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신 회장이 2차 중재판정은 1차 판정의 기판력을 무시한 것이라며 판정취소 등 법적 절차를 고려하고 있는 점이 변수가 될 수 있다.
어피니티 측은 국내법원 강제이행 신청 등 법적 대응 등은 신 회장의 행보를 지켜본 뒤 결정할 방침이다. 신 회장이 ICC 판단에 따라 평가보고서를 제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평가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에는 법적 절차 검토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어피니티 컨소시엄 관계자는 "신 회장이 ICC 중재판정 결과에 따라 외부 전문가에 평가 의뢰해 풋옵션 가격을 낼 것"이라며 "이후 방안은 다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