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구예림 기자] BAT(British American Tobacco)가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는 머금는 담배 'VELO(벨로)'를 국내에서는 출시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식적인 이유는 높은 국내 담배세율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한국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BAT는 2019년 머금는 담배 '벨로'를 출시한 이후 차세대 제품으로 밀고 있다. 2020년 BAT그룹 최고경영자는 투자자 설명회를 통해 파우치형 담배 등 신제품 분야에 1조5000억원 수준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벨로는 태우지 않아 연소 과정에서 발생하는 발암물질이 배출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전통 담배 대비 유해성이 낮다는 평가를 받으며 BAT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떠올랐다. BAT가 위험저감 비연소 제품군을 확대하겠다는 비전에 부합하는 제품으로 평가 받는다.
벨로는 2019년 출시 이후 현재 전세계 약 30여개국에서 판매 중이다. BAT는 나아가 이달부터 기존 천연 니코틴 외에 합성 니코틴을 사용한 'VELO Plus(벨로 플러스)'도 글로벌시장에 출시하며 머금는 담배 라인업 확장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벨로는 물론 벨로플러스도 아직 출시 계획이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인접국인 일본에서는 이미 2020년부터 벨로 판매에 뛰어든 것과 비교하면 상반된 행보다.
BAT는 벨로의 한국시장 진출에 주저하는 이유로 높은 세율 문제를 꼽고 있다. 국내에서 '머금는 담배'의 세율이 높기 때문에 판매가격에도 영향을 미쳐 가격경쟁력이 부족해진다는 입장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현재 머금는 담배에 부과되는 세금은 1g당 개별소비세 215원, 지방세 364원 수준이다. 기타 제세공과금을 합치면 벨로 한 팩(10g, 20개입)에 부과되는 세금은 약 1만3000원 정도다. 반면 궐련형 담배(20개피)의 세금은 약 3000원 수준에 불과해 단순히 비교할 때 벨로에 대한 세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세금이 높아질 경우 통상적으로 기업의 마진은 축소된다. 높아진 세율을 제품가격에 반영해야 하는데 가격경쟁력을 고려하면 온전히 반영하기 힘든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국내시장은 여전히 궐련담배 비중이 월등히 높은 시장이다. 기획재정부가 올해 1월 발표한 '2023년 담배시장 동향'에 따르면 작년 궐련 담배(일반 담배) 판매 비중은 83.1%인데 반해 궐련형 전자담배 등 판매 비중은 16.9%에 그쳤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궐련형 전자담배 등의 판매 비중은 9.6%에 불과했다.
실제 BAT가 벨로를 출시하는 국가 중 상당지역이 서유럽이라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서유럽시장은 머금는 담배에 대한 수요가 매년 크게 증가하고 있으며 궐련형 담배에서 대체 제품으로의 수요 전환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BAT의 올 상반기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벨로 점유율 상위시장은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폴란드', '스위스' 등으로 나타났다. 이미 시장이 성숙해 니코틴 대체재(머금는 담배)를 도입하기 용이하다는 점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BAT가 '경제성'을 이유로 한국시장에 제품을 선별적으로 출시하는 건 국내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머금는 담배와 같은 대체재가 비교적 덜 해로운 대안으로 자리 잡고 있음에도 BAT의 제한적인 전략으로 소비자들이 선택할 기회조차 박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덜 해로운 담배'로의 전환을 강조하는 BAT의 전략과도 상충된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시장 한 관계자는 "BAT는 이미 한국에서 glo(글로) 등의 전자담배 주력제품이 있는 가운데 위험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벨로를 선보일 필요성을 못 느꼈을 것"이라며 "사실상 경제성이 낮다는 판단으로 국내 소비자들에게 대체재 선택권조차 부여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BAT로스만스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한국의 경우 머금는 담배에 대한 세율이 높아 출시하지 않고 있다"며 "향후 출시 계획도 아직 없다"고 짧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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