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구예림 기자] 프리미엄 궐련담배 브랜드로 굳건했던 BAT로스만스(BAT)의 국내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한때 궐련담배 시장점유율 2위에 오르기도 했지만 최근 JTI와의 점유율 격차가 1%포인트(P)까지 좁혀지면서 4위까지 내려앉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시장에서는 BAT가 냄새 저감 등 시장 트렌드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던힐을 비롯한 주요 제품군이 단종 수순을 밟고 있는 점 등이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 중이다.

BAT의 핵심 브랜드인 '던힐(Dunhill)'은 2003년 국내에 출시돼 초기에는 '영국 신사', '영국 국기' 등을 활용한 프리미엄 이미지로 국내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2010년 당시 BAT의 국내 궐련시장 점유율은 18%로 KT&G(58%)에 이어 2위를 차지했고 PMI(17%)와 JTI(7%)를 크게 앞섰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상황은 역전됐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BAT의 국내 궐련시장 점유율은 2021년 12%, 2022년 11%, 올해는 10%까지 내려앉은 것으로 나타났다. BAT는 2019년 켄트를 재출시하며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려 했지만 점유율 하락을 막지 못했다. 

반면 국내 담배회사인 KT&G의 경우 올해 궐련담배 시장점유율을 67%까지 끌어올리며 꾸준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이어 JTI도 저감담배와 파인컷 제품 등 소비자 트렌드에 발 빠르게 대응하며 2010년 시장점유율 7%에서 올해 9%까지 올라섰다. 특히 JTI는 14년 동안 BAT와의 국내 점유율 차이를 11%포인트(P)에서 1%P까지 줄이며 근 시일 내 순위 변동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속속 나오고 있다.

BAT의 궐련담배 부진에는 트렌드 대응력 부재와 함께 빈번한 제품 단종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흡연시장 트렌드는 저자극, 저감 담배, 파인컷 제품이 중심인데 던힐은 이런 특징이 두드러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실제 BAT는 경쟁사 대비 냄새 저감 제품을 출시한 시점이 늦었다. JTI는 2013년 '메비우스'를 통해 저감담배를 선보였고 KT&G는 2019년 '에쎄'와 '레종'을 통한 대응에 나섰다. 반면 BAT는 2021년에야 자사 궐련담배 중 최초로 저감담배를 출시했다. 타사 대비 2~8년 가량 늦어진 셈이다.

특히 BAT의 잦은 제품 단종은 소비자 신뢰 저하와 함께 시장 입지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 가장 최근 사례로 2021년 출시된 '던힐 파인컷 스무스 크러쉬'는 출시 3년 만인 올해 하반기 돌연 단종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보다 앞서 출시된 '던힐 썸머크러쉬' 역시 29개월 만에 시장에서 철수했다. 

이러한 단종 사례는 제품 관리 전략의 미흡함을 보여주는 대목으로도 읽힌다. 소비자의 충성도를 약화시키고 BAT의 브랜드 경쟁력을 점차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에도 BAT가 궐련담배 시장점유율 탈환을 위한 뚜렷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단 점이다. 경쟁사들이 시장 요구에 발 빠르게 대응하며 점유율을 확대하는 것과 대조적이라는 평가다. 이에 향후 BAT의 국내 입지는 점점 더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시장 한 관계자는 "담배시장에서는 충성고객 확보도 중요하지만 시장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며 소비자 요구를 충족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BAT가 놓친 점유율을 회복하려면 타사처럼 신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전략적 브랜딩과 제품 포트폴리오 재정비를 통한 차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BAT 관계자는 이에 대해 "던힐 등 궐련담배에 대한 국내시장 전략에 대해 밝힐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짧게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