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그룹이 유동성 위기설을 잠재우기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다. 그룹의 핵심 부동산 자산이자 랜드마크인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제공하는 한편 자산재평가·자산유동화·사업구조조정·비핵심 계열사 매각 등 다양한 자구책을 총동원하고 있다. 하지만 롯데그룹의 이 같은 노력에도 시장의 분위기는 냉랭하다.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해온 유통사업과 석유화학사업의 부진 탓이다. 특히 롯데케미칼은 롯데그룹 유동성 위기설의 진앙으로 꼽힌다. 이에 딜사이트는 롯데그룹 계열사의 유동성을 비롯한 재무 현황을 짚어본다.

[딜사이트 이소영 기자] 롯데케미칼의 회사채·기업어음(CP) 등 내년에 만기도래하는 채무 규모가 1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케미칼의 경우 통상 단기차입금(회사채 포함) 규모가 1조원을 넘더라도 차환 등에 어려움을 겪지 않았던 만큼 재무 부담이 크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수익성 악화로 2조450억원 규모의 회사채 기한이익상실(EOD) 위기에 처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회사채를 보유한 사채권자들이 EOD 선언에 나설 경우, 전체 채무에 대한 상환 의무가 발생할 뿐만 아니라 차환을 위한 채권 발행 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내년에 만기도래 하는 채무 역시 롯데케미칼의 유동성 위기를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이달 19일 예정된 EOD 관련 사채권자집회가 유동성 위기설에 휩싸인 롯데케미칼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1년 내 만기 도래 채무 1조2250억
11일 세이브로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의 내년 만기도래 채무는 1조2250억원이다. 구체적으로 925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온다. 지난 2020~2023년에 발행한 공모 회사채 5건에 대한 만기다. 나머지 3000억원은 CP 만기다.
당초 자본시장에서는 롯데케미칼이 만기 채무 상환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동안 롯데케미칼의 경우 롯데그룹 내 캐시카우 역할을 해온 만큼 현금창출력이 좋은데다 차환에 무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변수가 생겼다. 롯데케미칼이 지난 11월21일 일부 공모 회사채의 사채관리계약 조항 내 재무특약을 미준수해 EOD 원인 사유가 발생해서다. EOD가 발생하면 채권자는 만기 전 채무자에게 조기 상환을 요구할 수 있다. 현재 EOD 대상 채권은 2조450억원 규모다.
문제는 EOD로 조기 상환이 청구되면 전체 채무에 대한 상환 의무가 발생해 유동성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경우 롯데케미칼에 상당한 재무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롯데케미칼이 내년 만기 도래 채무를 원활하게 상환하기 위해선 이달 19일 열리는 사채권자집회 결과가 중요할 전망이다. 이날 사채권자들을 설득하지 못한다면 EOD가 발생할 가능성이 큰 탓이다.
채무 일정을 간단하게만 추려봐도 EOD 사유 발생 채무 2조450억원에, 1년 내 만기도래 채무 1조 2250억원 등 최소 3조2700억원 등이다. 현금성자산을 4조원가량 보유하고 있지만 추가 채무 외에도 통상적인 운영자금 등을 고려하면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롯데케미칼은 사채권자 설득에 나설 예정이다. 먼저 해당 채권에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4대 시중은행의 보증을 붙이겠다고 제안해 EOD 발생을 최소화시킬 예정이다. 시장 우려를 조기에 차단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응으로 풀이된다.

◆ 해외자산 매각도 불가피 관측
당장 EOD가 선언될 가능성은 작다는 게 채권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재무비율 유지 조건 등 사채관리 계약 내용을 바뀌고 사채권자들의 동의를 받아 웨이버(적용유예)를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 만기도래 채무 역시 무난히 롤오버(만기 재투자) 될 전망이다.
다만 롯데케미칼의 재무 부담 확대로 롤오버 진행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자산 매각을 통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롯데케미칼은 저수익 자산 매각에 나선 상황이다. 여수·대산 공장 등 기초화학 생산부문의 원가절감과 수익성 확보를 위한 공장단위의 운영 효율화(Operation Excellence)를 진행 중이다.
자본시장 일각에서는 롯데케미칼이 유동성 위기설을 극복하기 위해선 해외 자산 매각도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롯데케미칼의 해외법인 중 말레이사 LC타이탄의 자산 규모가 7조1275억원으로 가장 크다. 이에 LC타이탄은 주가수익스왑(PRS) 등을 활용한 유동화가 유력한 계열사로 언급되고 있다.
LC타이탄은 작년부터 영업현금흐름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또 가동률도 현저히 낮은 상황이다. 9월 말 기준 가동률은 ▲BTX(벤젠·톨루엔·혼합자일렌) 공장이 27.6% ▲NC(납사분해)와 PP(합성수지) 공장은 55.1~55.8%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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