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구예림 기자] 한앤컴퍼니(한앤코)가 남양유업 경영권을 장악한 이후 주주환원 강화와 외식사업 재편 등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사모펀드인 한앤코가 앞서 인수했던 기업들의 가치를 높여 성공적인 엑시트를 거뒀던 사례들이 많았던 점을 고려하면 남양유업도 그 동안의 저평가 이슈를 빠르게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남양유업은 올 1월 한앤코가 대주주로 오른 이후 경영 전반에 걸쳐 대대적인 변화를 주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주주환원책이다. 기존의 남양유업은 기업의 규모에 비해 주주환원에 적극적인 회사는 아니었다. 하지만 올해 6월 2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 계약을 체결했다. 자사주 취득기간은 12월24일로 지난달 23일 기준으로 97억원까지 매입했다.
나아가 지난달에는 주식소각 결정과 함께 액면분할 계획도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달 19일 231억원 규모의 자사주 4만269주를 소각했다. 이어 이달 25일 개최된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1주당 액면가액을 기존 5000원에서 500원으로 하는 액면분할을 확정했다.
일반적으로 자사주 매입·소각, 액면분할 등은 대표적인 주주환원책으로 여겨진다.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통해 유통 주식 수를 줄여 주당 순이익을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액면분할의 경우 한 주의 가치를 낮추고 주식 수를 늘림으로써 더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을 매수할 수 있어 주식 유동성이 증가한다는 특징이 있다. 남양유업의 주가가 60만원대를 호가하는 만큼 10:1 액면분할을 실시할 경우 주당 6만원으로 주식거래가 훨씬 원활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는 이유다.
남양유업이 주주환원에 진심이 된 이유는 저평가된 기업가치와도 무관치 않다. 실제 남양유업은 오랜 기간 저평가된 기업으로 정평이 나있다. 일반적으로 기업가치를 평가할 때 활용되는 지표인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미만일 경우 기업의 순자산에 대해 1주당 거래되는 주가가 낮은 것으로 해석된다. 남양유업의 경우 최근 5년간 PBR 구간 1배를 못 넘기고 있다. 올 6월 기준 0.92배 수준이다.
특히 최대주주인 한앤코는 과거에도 인수한 기업들의 기업가치를 성공적으로 높인 사례들이 있다. 과거 식음료 기업인 웅진식품을 1100억원에 인수했지만 기업가치를 높여 5년 만에 2600억원에 매각하기도 했다. 그 외에 볼트온 방식으로 기업을 인수해 쌍용양회 기업가치를 높여 1조에 달하는 배당을 챙기기도 했으며 SK에코프라임을 3800억원에 매입해 5000억원에 매각하는 결과를 거뒀다.
나아가 남양유업은 근본적으로 기업 체질을 개선할 수 있는 사업개편도 추진한다. 외식사업군 내 유일하게 두각을 나타내던 백미당을 올해 12월31일 신설자회사 '백미당아이앤씨'로 분사할 예정이다. 백미당을 분할해 독자적인 브랜드사업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또한 업계에 따르면 최근에는 유동성 확보를 위해 논현 소재 사옥도 임대로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남양유업의 정책 변화에 주가도 점차 탄력을 받고 있다. 이달 31일 기준 남양유업 주식 종가는 69만1000원으로 작년 10월31일 종가인 46만1000원과 비교해 49.9%나 상승했다.
시장 한 관계자는 "남양유업은 원래 주주환원에 적극적인 회사가 아니었다"며 "오너일가가 지휘하던 때보다 사모펀드가 최대주주가 되고 난 후 주주부양책이나 파격적인 사업재편이 진행되고 있어 조속히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올해 추진하고 있는 자사주 매입과 소각, 액면분할 모두 기업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노력이 반영된 것"이라고 "앞서 저평가됐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고 경영 정상화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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