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주명호 기자] 금융감독원이 저축은행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2차 정상화펀드의 부실채권 파킹 의혹을 제기한 곳은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이 운용 중인 펀드로 파악됐다. 2차 정상화펀드의 경우 지난 5월부터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이하 한투리얼에셋)과 웰컴자산운용이 출자 물량을 나눠 운용하고 있다.
한투리얼에셋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에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2차 정상화펀드 조성 사전단계부터 계열사인 한국투자저축은행이 다른 저축은행보다 많은 자금을 출자해 논란이 됐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한투리얼에셋이 계열사인 한국투자저축은행의 부실채권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매입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달 초부터 저축은행 부동산 PF 2차 정상화펀드의 진성매각 여부를 조사했다. 그 결과, 한투리얼에셋은 펀드 운용자금의 80%가량을 출자 저축은행의 부실채권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2차 정상화펀드는 지난 4월말 설명회를 거쳐 5월부터 참여자를 확정해 운용을 시작했다. 당초 운용자금은 총 1600억원 규모였으나 참여사가 추가로 늘어나면서 5000억원 수준까지 확대됐다. 한투리얼에셋과 웰컴자산운용은 출자금을 절반씩 맡아 운용하고 있다.
정상화펀드는 블라인드 방식으로 진행되는 만큼 출자금을 낸 저축은행이 펀드 운용에 원칙적으로 관여할 수 없다. 두 운용사는 이번 파킹 의혹과 관련해 다수의 감정평가법인을 통해 공정가치를 평가 후 부실채권 매입을 진행했다고 금감원에 소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금감원은 출자 저축은행의 부실채권 매입 비중을 감안하면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한투리얼에셋은 펀드를 조성하는 초기 과정부터 출자금과 관련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당초 참여 저축은행별로 50억원가량을 출자하기로 했다. 하지만 한국투자저축은행은 이보다 훨씬 많은 400억원의 자금을 집행하면서 한투리얼에셋의 운용펀드에 300억원을 출자했다.
이후 저축은행별 출자 규모가 확대되며 한국투자저축은행이 한투리얼에셋에 넣은 출자금은 400억원으로 늘었다. 금감원이 지적한 대로라면 계열사인 한투저축은행의 부실채권을 특히 더 많이 매입했을 수 있는 셈이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한투리얼에셋의 운용 전략이 금융당국의 정상화펀드 조성 목적을 완전히 벗어나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 5월 발표한 부동산PF 안정화 방안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사업성이 부족한 PF사업장의 재구조화 또는 정리를 정상화펀드의 운용 목적으로 밝혔다. 반면 한투리얼에셋은 재구조화보다는 일단 매입하고 향후 상황에 따라 매각 및 상각을 정하는 방식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나중에 이익이 나면 좋지만 손실이 나면 그대로 털겠다는 것"이라며 "정상화의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이같은 파킹 의혹이 해소되지 않으면 앞으로 정상화펀드를 더 이상 조성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2차 정상화펀드에 대해 따로 검사할 계획은 없다"며 "3차 정상화펀드를 조성하지 않게 하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정상화펀드 조성을 담당하는 저축은행중앙회 역시 3차 정상화펀드는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보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는 만큼 더 추진하기는 어렵다"며 "추가적으로 조성이 필요하다면 다른 방식을 검토해 봐야겠지만 일단은 경·공매쪽으로 신경을 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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