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광미 기자] 라이프자산운용은 올해 정기 주주총회 시즌에도 조용하지만 선명한 색깔의 의결권 행사를 이어갔다. 특히 BNK금융지주를 상대로 금융지주 최초 수준의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도입을 제안하며 존재감을 나타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라이프자산운용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총 186건의 안건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했다. 이 가운데 찬성은 97.31%(181건), 반대는 2.69%(5건), 불행사·중립행사는 없었다. 전년대비 찬성 비중은 1.42%포인트 감소했고 반대 비중은 2.06%포인트 증가했다.
의결권 행사는 이사 선임·해임(49건), 임원 보수(38건), 정관 변경(32건)에 집중됐다. 반대 비중은 3% 수준에 그쳤다.
반대가 적었던 것은 라이프운용의 투자 철학과 맞닿아 있다. 라이프운용은 투자 기업과의 협력적 관계를 바탕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반의 지속가능 성장 전략과 지배구조 개선을 제안하는 우호적 행동주의(Engagement) 전략을 지향한다. 단기 차익보다 주주 공동의 이익과 장기적인 기업가치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반대를 위한 반대를 지양한다.
올해 라이프운용이 가장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낸 곳은 BNK금융지주였다. 라이프운용은 BNK금융지주 지분 약 4%를 보유하고 있으며, 양측의 관계는 지난해 말부터 본격화됐다.
라이프운용은 당시 진행 중이던 회장 선임 절차의 중단을 요구하는 공개 주주서한을 발송했고, 주주 추천 사외이사 제도 도입도 요구했다. 이후 BNK금융은 주주 추천 사외이사 제도 도입과 사외이사 전원의 임원후보추천위원회 참여를 수용했다.
이번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BNK금융을 상대로 이사 보수 체계 개편을 위한 RSU 도입을 주주제안했다. RSU는 회사가 보유한 자기주식을 장기 성과보상 형태로 이사에게 지급하는 제도다. 라이프운용은 금융지주 최초 수준의 RSU 도입 필요성을 주장하며 "도전적인 가득 요건이 부여된 RSU 부여함으로써 회사의 지배구조 개선, 중장기 기업가치 상승, 주주가치 향상을 이룰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회사 측이 상정한 이사 보수 한도 승인 안건에는 반대표를 던졌다. 장기성과연동형 주식보수의 지급 기준과 방법을 이사회에 포괄적으로 위임해 구체적인 성과 목표와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라이프운용은 최근 3년간 사례를 근거로 "주식 지급 기준이 지나치게 이사회의 자율에 치중돼 있고, 회사의 실질적인 장기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도전적인 수치가 제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다만 라이프운용의 RSU 주주제안은 찬성률 23.7%를 기록했지만 최종 부결됐고, 기존 이사회 안건이 통과됐다.
라이프운용은 삼성전자 정관 변경 안건에도 반대했다. 삼성전자는 이사 임기를 기존 3년에서 3년 이내로 변경하는 안건을 상정했는데, 라이프운용은 이사 임기를 정하는 권한 주체가 불명확해질 경우 특정 세력의 영향력 확대나 이사회 독립성 훼손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시차임기제 도입의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서 집중투표제의 실효성이 약화돼 소수주주 권익 보호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해당 안건은 통과됐지만 반대율 15.1%를 기록했다.
라이프운용은 하나금융지주의 박동문 사외이사(현 코오롱인더스트리 대표이사) 감사위원 재선임 안건에도 반대표를 행사했다. 라이프운용은 박 이사가 2021년부터 장기 연임 중인 데다 이사회 의장, 회장후보추천위원장,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후보추천위원장을 겸직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해상충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SK그룹 주요 계열사인 SK하이닉스와 SK스퀘어의 이사 보수 한도 안건에도 제동을 걸었다. SK하이닉스는 현금 150억원과 주식보상 한도 3만주, SK스퀘어는 현금 100억원과 주식보상 한도 7만주를 제시했다. 라이프운용은 주식 보상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주식 보상을 위한 평가 지표, 평가 기간, 평가 방법론, 이사별 할당량 등 구체적인 지급 기준을 충분히 제시하지 않았다"며 반대 이유를 설명했다.
라이프운용의 의결권 행사는 운용4본부가 담당하고 있으며 인원은 5명 규모다. 박주홍 라이프운용 운용4본부 부장은 "당사는 의결권 행사 가이드라인에 따라 모든 안건을 장기적 기업가치 제고 관점에서 검토하고, 우려 안건은 사전 대화를 우선하되 필요시 반대 의결 및 그 사유를 투명하게 공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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