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배지원 기자] 명인제약이 상장 7개월 만에 당초 약속을 깨고 오너 일가 지분 증여에 나서면서 시장의 비판 여론이 강해지고 있다. 상장 당시 회사 측은 승계 목적의 기업공개(IPO) 가능성을 강하게 부인했지만 주가가 급락하자 기다렸다는 듯 증여 절차에 착수해, 결국 상장을 통해 증여세 부담을 낮춘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명인제약은 최근 공시를 통해 이행명 회장이 자녀인 이선영씨와 이자영씨에게 각각 4.32%(63만주), 2.26%(33만주)의 지분을 증여했다고 밝혔다. 명인다문화장학재단에도 0.68%(10만주)를 증여했다.
명인다문화장학재단은 이 회장이 지난 2023년 350억원을 출연해 설립한 재단이다. 현재 이선영씨(12.05%), 이자영씨(10.27%), 명인다문화장학재단(4.11%) 등을 포함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73.47%에 달한다.
시장에서는 증여 시점에 주목하고 있다. 명인제약 주가는 상장 첫날 장중 12만1900원까지 치솟았지만 최근에는 5만원 초반대로 내려앉았다. 지난 18일 종가 기준 주가는 5만800원으로 최고가 대비 약 62% 하락했다. 공모가(5만8000원)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주가는 지속적인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 회장과 자녀의 증여에는 더 유리한 상황이 이어지는 셈이다.
상장주식은 증여세 산정 시 증여일 전후 각 2개월씩 총 4개월 평균 주가를 기준으로 평가한다. 주가가 낮을수록 증여세 부담 역시 줄어드는 구조다. 명인제약이 상장 이후 주가 하락 구간을 활용해 승계 비용을 최소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김남은 아주기업경영연구소 본부장은 "경영승계 당사자 입장에서 주가부양에 소극적으로 임할 경제적 유인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특히 명인제약은 상장 전부터 대표적인 '승계용 IPO' 논란에 휩싸였던 기업이다. 회사는 당시 논란을 강하게 부인했다. 이행명 회장은 IPO 과정에서 "승계할 것이었으면 최대주주로서 회사 보유 현금을 전부 배당받은 뒤 깡통 상장하지 뭐 하러 회사 현금을 그대로 두고 기업공개를 하겠느냐"고 반박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애초부터 해당 해명을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가 강했다. 명인제약은 지난해 상반기 말 연결 기준 이익잉여금만 5617억원에 달했고 부채비율도 8.89% 수준에 불과했다. 사실상 무차입 경영을 하고 있는 회사가 굳이 IPO에 나설 이유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결국 시장에서는 IPO 목적이 투자 재원 확보보다는 오너가 승계 작업과 절세에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비상장사의 경우 순자산가치뿐 아니라 수익가치까지 반영돼 높은 기업가치가 산정되지만, 상장 이후에는 일정 기간 평균 주가 기준으로 증여세가 계산된다.
일부 오너 기업들은 상장 이후 주가 하락 국면에서 증여를 결정하는 사례가 반복돼 왔다. 시장에서는 명인제약 역시 우량한 재무구조를 기반으로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상장한 뒤 주가가 하락한 시점에 맞춰 승계 작업에 나선 전형적 사례로 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상장 당시 시장에서 우려했던 시나리오가 거의 그대로 현실화된 셈"이라며 "아직도 이행명 회장의 지분율이 40%를 넘는 만큼 향후 추가 증여, 승계 작업이 마무리될 때까지 적극적으로 주가 부양에 나설 유인이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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