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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억원의 무게…게임업계 이직·창업 관행 흔든다
이태민 기자
2026.05.20 09:09:09
①저작권 침해는 불인정됐지만 개발자료 결합체 영업비밀 인정…유출형 분쟁 기준점 부상
이 기사는 2026년 05월 15일 11시 4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다크 앤 다커'를 둘러싼 넥슨과 아이언메이스의 IP 분쟁이 최근 종지부를 찍었다. (그래픽=신규섭 기자)

[딜사이트 이태민 기자] '다크 앤 다커'를 둘러싼 넥슨과 아이언메이스의 '5년 분쟁'이 최근 마침표를 찍었다. 영업비밀 침해 인정 범위가 확대된 가운데 게임업계의 이직 및 창업 관행에 경종을 울렸다는 평가다. 나아가 현재 진행 중인 게임사 간 지식재산(IP) 분쟁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15일 법조계와 게임업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는 넥슨이 아이언메이스를 상대로 제기한 영업비밀 및 저작권 침해금지 청구소송에서 아이언메이스의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했다. 이에 따라 아이언메이스는 넥슨에 57억6464만원을 배상하게 됐다. 


핵심 쟁점은 영업비밀 침해 범위와 장르 간 실질적 유사성 인정 여부였다. 영업비밀 침해는 3심 모두 일관되게 인정됐다. 1심은 85억원 배상을 명령했지만, 2심에서 57억원으로 감액됐다. 손해액은 영업비밀 보호기간인 2024년 1월31일까지 발생한 아이언메이스 매출을 기준으로 산정됐다. 여기에 한국은행의 2023년 기업경영분석 보고서에 명시된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업 한계이익률(84.23%)과 'P3' 자료의 기여율 15%를 곱해 적용했다. 


특히 영업비밀로 인정되는 개발 자료의 범위가 확대됐다. 2심에서 소스 코드와 빌드 파일, 기획 자료, 그래픽 리소스 등 게임 개발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자료들이 개별 요소가 아닌 결합된 형태로 영업비밀에 해당한다고 봤다. 핵심 개발진의 비밀유지 의무 위반과 자료 반출 시점, 넥슨 퇴사 후 아이언메이스 창립까지의 기간 등을 고려했을 때 영업비밀 침해가 성립된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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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문에는 그동안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관계가 구체적으로 적시됐다. 핵심 개발진은 2021년 4월부터 6월까지 두 달여 동안 소스코드 등 2747개의 'P3' 파일을 외부 서버로 유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기간 P3 프로젝트팀 22명 중 10명이 함께 신생 회사로 이직했다. 권고사직 처분이 내려진 지 한 달여 만에 다크 앤 다커 개발이 본격 착수됐다는 시간적 정황도 법원이 '독자 개발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근거가 됐다.


같은 기간 넥슨이 주장한 저작권 침해 주장은 단 한 차례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다크 앤 다커'와 'P3'의 실질적 유사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다크 앤 다커'는 아이템 획득이 목표인 익스트랙션 슈터 장르인 반면, 'P3'는 한 명만 생존하는 배틀로얄 장르라고 사법부는 판단했다. 장르적 성격에 따라 게임 구성요소의 유기적 결합도 달라지기 때문에 저작권 침해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2심 재판부는 "게임규칙을 포괄하는 장르의 차이로 인해 게임의 지형지물 및 몬스터 배치, 레벨 디자인 등이 달라지므로 게임 구성요소들의 유기적 결합관계 역시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이용자 관점에서도 게임 목적과 양상, 전략 등에 결정적인 차이가 빚어지게 돼 다른 장르에 속한 두 게임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있다고 느끼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은 업계 전반에 적잖은 파장을 줄 전망이다. 게임업계는 개발 프로젝트 중심의 고용 형태가 고착화됐다보니 이직이 잦은 분야로 꼽힌다. 이 과정에서 핵심 개발자가 퇴사한 후 기존 재직하던 회사의 미공개 프로젝트 리소스를 활용해 비슷한 장르의 게임을 개발하는 일은 관행처럼 굳어져 있었다. 저작권 침해 기준이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에 표절 여부를 입증하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은 이러한 '회색지대'에 처음으로 분명한 선을 그었다는 평가다.


기업의 입장에선 영업비밀로 법적 보호를 받기 위한 조건이 명확해진 만큼 보안 및 관리체계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발자 입장에서는 이직 및 창업 과정에서 자료 반출에 대한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른바 '팀 단위 이직'도 조직적 유출 정황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생긴 만큼 인력 영입 및 채용 과정이 엄격해질 것으로 본다"며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는 게임 개발 트렌드를 고려하면 대형 게임사로선 내부 보안 강화 근거를 마련한 셈"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유사한 형태의 지식재산(IP) 분쟁을 치르고 있는 넥슨게임즈와 디나미스원의 대법원 판결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넥슨게임즈 퇴직자들이 창립한 디나미스원의 '프로젝트 KV'는 넥슨게임즈의 미공개 프로젝트 'MX 블레이드' 자료를 무단 반출한 혐의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해당 인사들은 넥슨게임즈 재직 당시 해당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이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넥슨게임즈로선 영업비밀 침해 범위에 대한 판례가 생겼기 때문에 판결을 유리하게 끌고 갈 가능성이 생겼다"며 "현재 진행 중이거나 앞으로 불거질 게임 IP 분쟁에서 이번 판결이 사실상 표준 잣대로 작동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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