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글로비스가 오는 2030년까지 연 매출액 40조원을 넘어서는 글로벌 종합 물류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총 9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신사업을 육성하는 등 외연 확장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현대글로비스의 기업가치 제고 노력이 현대자동차그룹 지배구조 핵심축으로서 갖는 상징적 의미를 한층 부각시키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딜사이트는 현대글로비스 성장 로드맵을 살펴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이솜이 기자] 현대글로비스가 견고한 현금 창출력을 바탕으로 유동성 확보에 집중해 눈길을 끈다. 오는 2030년 '연 매출액 40조원 달성'이라는 중장기 경영 목표 아래 매년 1조원 이상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만큼 실탄 확보에 나선 모습이다.
◆ 현금성 자산 4년새 3배 가까이 '껑충'…현금 창출력 바탕 유동성 관리 무게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별도 재무제표 기준 현대글로비스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조80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73% 급증한 수치다.
현대글로비스의 현금 곳간은 최근 4년새 급격히 불어난 양상이다. 2020년만 해도 현대글로비스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7450억원에 그쳤다. 이후 2022년과 2023년 1조2000억원대를 유지하다 지난해 2조원을 단숨에 돌파했다.
현대글로비스의 현금 유동성은 영업활동현금흐름이 뒷받침했다. 2024년 별도 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조895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 늘었다. 현대글로비스가 지난해 호실적을 거두면서 당기순이익(1조1249억원)이 32% 늘어난 영향이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기업이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이 유입과 유출을 보여주는 지표다. 해당 지표가 플러스를 띈다면 영업활동에서 창출된 현금이 지출보다 많다는 의미다.
같은 기간 투자활동현금흐름 마이너스 폭도 크게 축소됐다. 2024년 별도 기준 투자활동현금흐름은 -655억원으로 전년 대비 8922억원 감소했다. 투자활동현금흐름은 기업이 유·무형자산, 금융자산 등을 취득하거나 처분할 때 발생하는 현금 유출입을 보여주는 지표다. 투자활동현금흐름 마이너스 규모가 클수록 기업이 투자에 수반되는 지출을 확대했다고 해석한다.
특히 투자활동현금흐름에 영향을 미치는 단기 운용 자산 투자를 예년에 비해 축소한 점이 눈에 띈다. 지난해 기타유동금융자산 취득에 따른 지출 규모는 8억원으로 1년 전보다 100% 급감했다. 기타유동금융자산에는 주로 1년 이내 현금화할 수 있는 단기예금, 적금 상품 등이 포함된다.
같은 기간 기존에 보유하던 단기 금융자산을 일부 매각해 현금을 확보하는 '운용의 묘'를 발휘하기도 했다. 2024년 현대글로비스 기타유동금융자산 감소 규모는 599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 줄었다. 금융자산 회수와 동시에 신규 투자 지출을 최소화하며 유동성의 고삐를 조인 셈이다.
◆ 현대글로비스 '밸류업', 그룹 지배구조 개편 핵심 키
현대글로비스가 재무 관리에 신중을 기하는 배경에는 투자 재원 확보 의도가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현대글로비스는 지난해 6월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중장기 청사진을 공개하며 공격적인 투자를 예고한 상황이다. 세부적으로 2030년까지 '연 매출 40조원+α' 달성을 목표로 연 평균 1조3000억원 수준의 투자를 이어나간다는 방침이다.
현대글로비스 사업부문별 투자 비중은 ▲물류 36% ▲해운 30% ▲유통 11% 순이다. 나머지 23%는 신사업 확대 일환으로 전략적 투자를 단행해나갈 계획이다. 총 누적 투자액은 9조원으로 책정됐다.
현대글로비스는 현재 스마트 물류 솔루션, 배터리 재활용 등의 신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스마트 물류 솔루션은 물류센터 자동화를 위해 맞춤 프로세스와 시스템, 설비로 구성된 솔루션을 구축하는 데 초점을 둔다. 앞서 현대글로비스는 2021년 배터리 재활용 전문 기업 '이알'에 지분 투자를 단행해 전처리 기술 및 설비 사용 역량을 확보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현대글로비스의 '밸류업' 행보는 현대자동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과 무관치 않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현대글로비스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분 20%(보유 주식수 1499만9982주)를 손에 쥐고 있는 핵심 계열사라는 이유에서다. 이날 종가 기준 정 회장의 현대글로비스 보유 지분가치를 단순 환산하면 1조6095억원에 이른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로는 정 회장이 현대글로비스 주식을 처분해 현대모비스 주식을 매입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현대차그룹은 크게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이규복 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3월 열린 제24기 정기 주주총회 인사말에서 "투자는 지속 확대하고 자산 기반 성장을 꾀해 사업 및 원가 경쟁력을 강화해나가겠다"며 "물류 서비스 안전성과 경쟁력 제고 차원의 국내외 거점·장비·IT 투자· 전략적 인수합병(M&A) 및 지분 투자 등도 적극 검토,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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