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 규제가 만들어지는 데 부담을 느끼지 않을 회사는 없다. 사회 안전망 역할을 맡아 규제에 익숙한 보험사도 마찬가지다. 최근 금융당국은 보험업권 자본규제 고도화 방안을 발표했다. 큰 틀의 방향성이 제시된 만큼 새 규제가 보험업계에 미치는 영향과 가져올 변화 등을 딜사이트가 짚어봤다. [편집자 주]
[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기본자본 지급여력비율(K-ICS, 킥스비율) 규제는 롯데손해보험의 새 주인 찾기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 롯데손해보험의 기본자본 킥스비율이 마이너스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롯데손해보험 매각에 사활을 걸고 있는 최대주주 JKL파트너스도 당장은 자본건전성 개선을 우선순위에 둘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롯데손보의 기본자본 킥스비율(경과조치 적용 후)은 지난해 말 기준 마이너스(-) 1.56%로 집계됐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11.1%였던 점을 감안하면 3개월만에 급격히 하락하면서 마이너스 전환한 것이다.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MG손해보험을 제외하면 마이너스 값을 기록한 곳은 롯데손보 1곳뿐이다.
킥스비율은 보험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지급여력금액(가용자본, 기본자본+보완자본)을 지급여력기준금액(요구자본)으로 나눠서 구한다. 기본자본 킥스비율은 신종자본증권, 후순위채 등으로 조달하는 보완자본을 제외한 기본자본만으로 산출한 값이다.
롯데손보의 이 같은 기본자본 킥스비율은 기본자본이 감소하면서 마이너스 전환했기 때문이다. 금리 인하와 무·저해지보험 해지율 계리적 가정 변경 등 영향으로 보험계약부채 평가손실이 급증하면서 기본자본도 대폭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손보의 기본자본은 작년 말 기준 -275억원으로 직전 분기(1988억원)과 비교해 급감했다. 보완자본(2조7577억원)을 포함한 가용자본은 2조7300억원이며 요구자본(경과조치 적용 후)은 1조7660억원이다.
기본자본 킥스비율 규제가 아직 도입된 것은 아니지만 롯데손보를 향한 금융당국의 자본확충 압박은 한층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3월에도 롯데손보 경영진을 만나 기본자본 킥스비율 제고를 위한 자본확충 필요성을 강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보험사 경영실태평가에서 킥스비율과 함께 기본자본 킥스비율 등도 평가한다. 정확한 평가 기준은 외부에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최근 금융감독원 발표 자료 등에 비춰볼 때 50%를 적정 수준으로 본다.
낮은 수준의 기본자본 킥스비율은 인수자의 비용 부담을 키우는 만큼 롯데손보 매각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롯데손보 매각 가격을 놓고 시장에서 의견 차이가 큰데 JKL파트너스의 매각 협상력도 더욱 약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자본확충 필요성에도 JKL파트너스가 선뜻 나설지는 미지수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보통 회사를 인수한 사모펀드는 투자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자본 투입을 최소화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JKL파트너스는 2019년을 마지막으로 롯데손보에 직접적으로 자금을 투입하지 않았다. 당시 롯데그룹으로부터 3734억원에 롯데손보 지분 53%를 인수한 JKL파트너스는 같은 해 10월 3562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해 지분율을 77%까지 올렸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JKL파트너스가 다른 투자자와 공동으로 증자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기본자본을 늘리는 법은 배당 축소, 순이익 확대 등으로 이익잉여금을 쌓거나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등 방식으로 늘릴 수 있는데 현재 롯데손보 상황에서는 유상증자가 사실상 유일한 방안으로 여겨진다.
롯데손보는 지난해 242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는 데 그쳤다. 무·저해지보험 해지율 적용에서 '예외모형'을 적용한 덕분으로 다른 보험사처럼 '원칙모형'을 적용했다면 적자 전환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JKL파트너스를 새 주인으로 맞은 뒤 롯데손보는 배당을 실시한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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