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최령 기자] 차바이오텍의 정기 주주총회가 주주제안 전부 부결로 마무리됐다. 신주발행의 제한, 비상근 감사 선임, 집중투표제 도입 등 소액주주연대가 낸 안건들은 모두 통과되지 못했다. 주주들은 대규모 유상증자와 전자투표 미적용, 주총 지연 등을 문제 삼으며 현장에서 항의했고 회의장은 한때 고성이 오가는 등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차바이오텍은 31일 오전 10시 경기 성남시 분당구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제23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주총은 의결권 집계를 이유로 2시간가량 지연된 뒤 12시쯤 시작됐고 약 2시간만에 종료됐다.
이번 주총에는 재무제표 승인, 정관 변경, 사내이사 및 감사 선임 등 안건이 상정됐다. 이 가운데 소액주주연대가 낸 ▲집중투표제 기반 사외이사 선임 ▲유상증자 제한 정관 변경 ▲비상근 감사 선임 등의 주주제안은 모두 부결됐다.
주주제안이 무산된 데에는 의결 구조상 한계가 작용했다. 차바이오텍의 발행주식 총수는 7854만5351주로 정관 변경을 위한 특별결의 요건은 ▲전체의 3분의 1 이상 출석(약 2618만주) ▲출석 주식의 3분의 2 이상 찬성(약 1753만주)이다. 이날 주총에는 총 2630만825주가 출석해 정족수는 충족됐지만 찬성표가 의결 기준에 미달하면서 관련 안건은 모두 부결됐다. 소액주주연대 측은 위임 포함 지분이 10%대에 불과하고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은 29.48%에 달해 통과는 구조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었다.

여기에 더해 주총 참여를 제약하는 전자투표 배제 조치까지 겹치면서 주주제안이 힘을 받기 어려웠다는 지적도 나왔다. 차바이오텍은 2016년 이사회 결의를 통해 전자투표 및 전자위임장 권유제도를 영구 도입하기로 했지만 올해는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면서 이를 지원하지 않는 삼성증권 시스템을 이유로 전자투표를 시행하지 않았다.
회사 측은 "예탁결제원 시스템으로 변경할 시간이 부족해 한시적으로 제외했다"고 해명했다. 집중투표제는 이사 선임 시 한 주당 복수 의결권을 부여해 특정 후보에게 몰표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소액주주에게 유리한 제도다.
이에 대해 주주연대는 "전자투표 미적용은 집중투표제를 무력화하려는 꼼수"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전자투표가 배제되면서 물리적 참석이 어려운 주주들의 의결권이 제한됐고 결과적으로 주주제안이 불리해졌다는 주장이다.
유상증자를 둘러싼 입장 차도 극명했다. 이용주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이번 유상증자는 차바이오텍이 아닌 차헬스케어를 위한 것"이라며 "소액주주들이 지금까지 투자로 무엇을 얻었는지 회사가 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주주는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자금조달 수단을 활용하지 않고 유상증자만을 강행했고 오너일가는 책임 있는 자세로 참여하거나 비핵심 자산 매각 등 대안을 제시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차바이오텍 측은 이에 대해 "미국 LA 병원이 현재 공정률 85%를 넘겼으며 완공을 위해선 약 1400억원의 추가 자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25년 만기 장기 대출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흑자 전환을 이루기 위해 자금 확보가 시급했다"며 "자본시장 상황을 고려해 전략적으로 유증 시점을 결정했다"고 해명했다.
양측 모두 유증 규모 축소의 필요성에는 공감했지만 구체적인 실행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견 차를 좁히지 못했다. 주주 측은 "보유 자금 650억원 중 일부라도 유증 축소에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사측은 "병원 완공과 운영자금 확보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한편 이날 주총에서는 최석윤 전 메리츠증권 고문이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차바이오텍은 그를 부회장으로 영입해 경영 쇄신에 나설 계획이다. 최 신임 이사는 JP모건,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투자은행에서 40여년의 경력을 쌓은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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