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한은비 기자] 농업정책보험금융원(농금원)이 올해 정기 출자사업 흥행에 성공한 가운데 어떤 운용사가 최종 위탁운용사(GP)의 자격을 획득할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농수산식품산업 분야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과거 농림수산식품펀드를 운용한 경험이 있는 회사가 심사 과정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에 유리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농금원은 지난달 말 농림수산식품모태펀드(농식품모태펀드) 정기 출자사업의 제안서 접수를 마감했다. 전체 7개사를 뽑는 농식품투자계정에 26곳이, 총 1개사를 선정하는 수산투자계정 수산유통에 1곳이 지원했다. 농식품모태펀드는 농식품계정에 656억원을 출자해 1070억원 규모의 자펀드를, 수산투자계정에 120억원을 출자해 200억원 이상 규모의 자펀드를 조성할 방침이다.
◆올해 출자사업 흥행…평균 3.4대 1 역대 최대 경쟁률 기록
농식품계정은 ▲스마트농업 ▲미래혁신성장 ▲농식품 청년기업 성장 등 3개 분야로 구분한다. 농식품 청년기업 성장 부문은 세부적으로 ▲창업초기(Start-up) ▲사업화(Step-up) ▲후속투자(Scale-up) 등으로 나뉜다. 스마트농업에는 ▲이수창업투자 ▲임팩트파트너스 등, 미래혁신성장에는 ▲비엔케이벤처투자 ▲인라이트벤처스 ▲와프인베스트먼트-노틸러스인베스트먼트 ▲유티씨인베스트먼트 ▲원익투자파트너스 ▲이크럭스벤처파트너스 등이 제안서를 접수했다.
창업초기에는 ▲빅뱅벤처스-국민대학교기술지주 ▲에이씨패스파인더 ▲어나더브레인 ▲한국사회투자 ▲탭엔젤파트너스-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리벤처스 ▲엔슬파트너스 ▲로우파트너스-원투자파트너스 ▲와이앤아처 등이 몰리면서 가장 치열한 경쟁률(9대 1)을 기록했다.
사업화에는 ▲에쓰비인베스트먼트 ▲동문파트너즈 ▲플랜에이치벤처스-린벤처스 ▲라이징에스벤처스 ▲바로벤처스 ▲빌랑스인베스트먼트 ▲비하이인베스트먼트 ▲젠티움파트너스 등이, 후속투자에는 데일리파트너스-마이다스동아인베스트먼트 등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수산유통엔 나이스투자파트너스-트리거투자파트너스 등이 단독 지원했다.
농금원은 이달 중 미래혁신성장과 사업화 부문에서 각 2개사를, 나머지 분야에서 각 1개사를 최종 GP로 낙점할 예정이다.
◆사업화 부문 신청사 모두 첫 도전
업계에서는 농림수산식품투자조합의 운용경험을 지닌 경우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VC업계 관계자는 "농식품모태펀드의 출자사업을 살펴보면 하나의 운용사가 여러 차례 GP 자리를 차지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면서 "산업에 종사하는 것과 투자하는 것은 별개의 일이다 보니 심사역들은 대부분 반복된 투자 활동으로 생태계를 이해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농림수산식품펀드의 운용경험이 관련 산업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뒷받침해주는 근거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라고 전했다.
농금원 자료에 따르면 이번 출자사업의 지원사 중 농림수산식품투자조합을 운용해본 이력이 없는 회사는 총 14곳으로 파악된다. 미래혁신성장에서 와프인베스트먼트-노틸러스인베스트먼트 등이, 농식품 청년기업 성장 분야 사업화(Step-up)에서 플랜에이치벤처스-린벤처스, 라이징에스벤처스, 바로벤처스, 젠티움파트너스 등이 해당한다. 최고 경쟁률을 자랑했던 농식품 청년기업 성장 분야의 창업초기 부문에서는 운용경험을 지닌 곳이 전무했다. 이들은 1·2차 심의 과정에서 농식품산업에 관한 전문성을 적극적으로 내세워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농금원 관계자는 "농림수산산업은 규모가 크지 않아 지원사들 대부분 알고 있는 관계기관들이 겹칠 때가 많다"면서 "새로 진입하는 운용사들도 철저한 사례 분석과 연결망을 다양하게 쌓았다는 점을 호소하면 분명 승산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농림수산식품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낮으나 전반적인 트랙레코드가 출중한 운용사와 신생이지만 산업에 관한 전문지식과 촘촘한 관계망을 형성한 운용사를 비교하면 대등하다고 평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속 출자 가능성 '불투명'…핵심은 농식품펀드운용능력
복수의 회사가 지원해 경선 구도를 갖춘 부문에서 농림수산식품투자조합을 가장 많이 다뤄본 회사는 미래혁신성장 분야에 출사표를 던진 비엔케이벤처투자였다. 비엔케이벤처투자는 ▲2012년 유큐아이피 농림수산식품 투자조합 제1호 ▲2016년 유큐아이피농식품 투자조합 제2호 ▲2020년 비엔케이 수산투자조합 제1호 ▲2021년 비엔케이 농식품 투자조합 제3호 ▲2022년 비엔케이 그린바이오 투자조합 ▲2024년 BNK-경남 스마트이노베이션 투자조합 등을 조성했다.
비엔케이벤처투자와의 자리다툼을 예고한 운용사들도 와프인베스트먼트-노틸러스인베스트먼트 등을 제외하고는 모두 농림수산식품펀드를 운용해본 회사들이다.
예컨대 인라이트벤처스는 ▲2020년 인라이트8호 애그테크플러스펀드 ▲2022년 인라이트 애그테크플러스펀드 2호 등을, 유티씨인베스트먼트는 ▲2015년 유티씨 그린바이오투자조합 ▲2019년 유엔그린시너지투자조합 등을, 원익투자파트너스는 ▲2022년 2022 원익 스마트 ·혁신 Agtech투자 등을 구성했다. 이크럭스벤처파트너스는 ▲2022년 임팩트파트너스와 임팩트-이크럭스 농식품벤처 투자조합을, ▲2023년 넥스트지인베스트먼트와 이크럭스-넥스트지 세컨더리투자조합을 형성했다.
일각에서는 농금원, 한국벤처투자,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 등 정책금융기관들은 1곳의 운용사에 연이어 출자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이전에 받은 정책자금을 소진하지도 않은 채 매년 출자사업에 도전하는 곳들에는 기관들이 GP 자격을 부여하길 꺼려한다"면서 "통상 선정 이력이 있는 운용사는 2~3년 주기로 뽑는 분위기다"고 말했다.
다만 농금원은 과거 선정 결과와는 무관하게 역량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는 입장이다. 농금원 관계자는 "전년도 GP로 선정됐다는 이유로 특정 운용사를 후보군에서 배제하지 않는다"면서 "지원사의 구조와 체계에서 농식품 분야 투자 활동이 이뤄질 경우 상생효과를 낼 수 있다고 기대되는 곳이라면 어디든 유력 후보로 오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스마트농업 분야에 제안서를 넣은 임팩트파트너스 등은 2023년 '임팩트 청년농 혁신펀드' 등을 결성했다. 비엔케이벤처투자, 트리거투자파트너스 등도 각각 경남벤처투자, 엔비에이치캐피탈 등과 공동 운용(Co-GP) 형태로 지난해 'BNK-경남 스마트이노베이션 투자조합', '미래수산식품투자조합' 등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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