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송한석 기자] 엔켐이 신사업으로 점찍은 NMP(엔-메틸 피돌리돈) 리사이클링과 CNT(탄소나노튜브) 도전재 분산액이 점점 새로운 먹거리가 될 수 있는 성과를 내고 있다. 기존에는 서비스 차원으로 제공한 기술이었지만, 고객사들에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며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엔켐은 이번 기회를 계기로 케파(생산능력)를 확장해 전해액 외 다른 사업에서 수익을 얻는 포트폴리오 다양화를 노리겠다는 입장이다.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엔켐은 최근 미국 남부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도요타와 NMP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NMP는 리튬이온 배터리 양극재 슬러리 제조 과정에 사용되는 유기용매 소재다.
엔켐이 처음 NMP 리사이클링에 도전한 건 고객사의 요청 때문이다. 신액은 비싼 데다 1급 오염 물질이라 리사이클링이 필수적이다. 엔켐은 전해액 마케팅 차원에서 고객사에 NMP를 제공했다. 하지만 전해액과 함께 NMP가 입소문을 타며 수요가 점점 늘어났고 전해액 납품을 한 고객사에서 먼저 요청이 오며 NMP도 함께 제공하게 됐다. 예컨대 프랑스 베르코어사 같은 경우는 부지 일부 임대를 제공해 NMP 공장을 지어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엔켐은 늘어나는 수요에 맞춰 NMP 케파도 확장할 계획이다. 처음에는 2만톤의 케파로 시작했지만, 점차 수요가 늘어 올해 말까지 6만톤으로 늘릴 계획이다. 서비스 차원에서 시작한 사업이 미래 먹거리가 되는 셈이다.
NMP 사업을 바탕으로 CNT 도전재 분산액 시장에도 진출했다. CNT 도전재 분산액 조성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용매로 NMP가 사용되며 점유율은 약 95%에 달한다. NMP를 양극재 슬러리 제조 과정에 쓰게 되면 NMP는 다 증발되고 배터리 업체들은 증발된 NMP를 모아 놓는다. 그걸 엔켐이 가지고 와 리사이클으로 NMP를 뽑아내고 그중 20%는 CNT로 가게 된다. CNT 사업도 처음에는 고객사의 요청으로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CNT 도전재 분산액의 케파는 현재 5000톤이다.
엔켐의 주 사업인 전해액과 연계해도 두 사업은 강점이 있다는 분석이다. 전해액, NMP, CNT를 다 제공하려면 인력 풀이 상당히 많이 필요한데, 한 업체에서 공급받으면 고정비 절감이 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엔켐의 조지아 공장은 32만평가량 되는데 남은 부지에서 CNT 등을 같이 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이들 사업은 배터리 공장 근처에 위치하는 게 유리하다. 전해액 역시 유효기간이 매우 짧아 NMP, CNT와 마찬가지로 입지가 중요하다. 엔켐은 전해액 공장을 이미 배터리업체 공장 근처에 건설해 NMP, CNT 분산액 사업을 하는 데 강점을 지닌 상황이다.
실제 엔켐의 인도네시아 공장 부지만 봐도 옆쪽으로는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법인(JV)이 있고 위쪽으로는 CATL의 공장이 있다. 근처에 위치해 있어 전략적 입지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나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렇다 보니 엔켐이 향후 두 사업의 케파를 확장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해액 공급을 위한 마케팅으로 시작한 사업에서 점점 수익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말 기준 엔켐은 2879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그 중 전해액 부문이 92.3%인 2659억원을 차지하고 있다. 사업 포트폴리오 다양화가 필요한 시점에서 두 사업이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는 셈이다.
엔켐 관계자는 "NMP와 CNT는 처음에 고객 요청으로 시작한 사업"이라며 "전략 고객만 제공했지만 입소문이나고 자사에서 모두 공급받으면 고정비가 절감되다 보니 타 고객사에서도 요청이 와 이익이 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엔켐은 이미 전해액 공급을 위해 배터리 공장 근처에 공장을 지었다"며 "NMP와 CNT 모두 입지가 중요해 시너지 효과가 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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