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김주연 기자] LG전자가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냉난방공조(HVAC)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특히 최근 인공지능(AI) 붐으로 데이터센터 냉각 솔루션이 주목받고 있는 만큼 LG전자의 HVAC 사업이 기업 간 거래(B2B) 실적을 견인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LG전자는 데이터센터 냉각 솔루션 등을 포함한 HVAC 사업을 B2B 영역 확장을 위한 차세대 먹거리로 낙점하고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에는 조직 개편을 통해 가전을 담당하는 H&A 사업본부에 있던 HVAC 사업부를 분리하고 ES(Eco Solution) 사업본부를 별도로 꾸렸다. 수주 기반으로 운영되는 HVAC 사업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생활가전과 분리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업계에 따르면 이달 말 마이크로소프트(MS) 수장인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CEO)가 방한해 다양한 기업들과 회동을 갖는다. LG전자는 앞서 지난 1월 열린 CES 2025에서 MS와 AI 분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전격 발표했다. 이중 칠러(냉동기) 기술을 활용한 AI 데이터센터 냉각 솔루션 관련 협업 계획이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빅테크를 중심으로 데이터센터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발열 관리 솔루션이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HVAC 산업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Fortune Business Insights)에 따르면 전 세계 HVAC 산업은 지난 2024년 1659억달러(243조원)였으며 2032년까지 2570억달러(375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 성장세와 함께 LG전자 HVAC 사업은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LG전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HVAC 사업은 H&A 사업본부 매출의 25%를 차지했다. H&A 사업본부의 3분기 매출이 8조3376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약 2조원에 달하는 규모다. 증권가에서는 오는 2030년까지 HVAC 사업의 연매출이 8조5000억원으로 급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기업 가치 차원에서 HVAC 사업은 성장 가능성과 수익률이 높은 분야인데 기존에는 가전 사업 안에 포함돼 강조하기 어려웠다"며 "사업부 재편은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데이터센터 냉각 솔루션과 관련해서는 지난해 유의미한 실적도 거뒀다. LG전자는 지난해 미국의 대형 데이터센터에 칠러 100대 이상 5만 냉동톤(RT) 규모의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이뤘다. 또한 ES사업본부장 직속 '데이터센터 솔루션 태스크'를 신설해 데이터센터 수요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앞서 MS와 논의한 데이터센터 냉각 솔루션 관련 협업에도 "가시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HVAC 사업은 칠러뿐 아니라 공조 냉·난방 관리 시스템까지 포함된 만큼 LG전자는 다양한 제품을 통해 시장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유럽에서는 고효율 히트펌프 냉난방 시스템을 선보이며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무더운 날씨로 인해 1년 내내 에어컨이 가동되는 동남아 물류창고 등을 중심으로 해외 시장 개척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최근 데이터센터가 대두되며 칠러가 곧 HVAC이라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지만 HVAC 사업은 칠러에 국한되지 않는다. 활용 분야가 다양하다"며 "LG전자가 축적한 코어테크 및 부품 기술력과 경쟁력을 해외 시장에 적극 어필하고 있다. 터보 칠러의 경우 세계 시장에서 5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부품 기술력을 기반으로 B2B 시장에서 영향력을 더욱 확대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HVAC 사업을 필두로 점차 B2B 사업의 비중을 확대할 계획이다. 조주완 LG전자 CEO도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에서 오는 2030년까지 B2B 사업 비중을 45%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하며 이를 가속화하는 차원에서 HVAC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겠다고 밝혔다.
LG전자 측은 가전 사업 등 기업소비자간거래(B2C) 산업이 여러 변수에 영향을 받는 만큼 다양한 기회를 창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LG전자 관계자는 "B2C 사업은 시장 상황에 따라 변동성이 클 수 있어 B2C에만 의존한다면 향후 외부 변수에 대응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단순히 B2C 기업이 아니라 B2B 시장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에 증권가 관계자도 "LG전자는 외부적으로는 테크 기업으로 인식되지만 실제로는 소비재 성격이 강한 회사다. 이를 탈피하기 위한 전략으로 B2B 사업을 강조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LG전자는 '상고하저' 흐름이 강한 기업 중 하나로 보다 안정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 B2B 사업 확대를 추진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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