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의 SDV(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차) 사업을 전담하는 송창현 사장이 정의선 회장의 확고한 신뢰를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 송 사장이 현대차그룹이 진행한 신년회에서 주력 계열사 대표이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기 때문이다.
'바퀴 달린 스마트폰'에 비유되는 SDV는 미래 모빌리티 시대의 핵심 요소다. 올해는 현대차그룹이 꼽은 SDV 전환 원년인 만큼 송 사장의 영향력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 송창현 사장, 신년회 주력 계열사 대표들과 함께 참석
8일 완성차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이 지난 6일 개최한 2025년 신년회는 예년과 달리 파격적인 방식으로 전개됐다. 정 회장의 새해 메시지 전달이 끝난 뒤 이어진 순서에서는 정 회장을 비롯한 주요 수뇌부가 총출동한 'HMG 라운드 테이블'(좌담회)을 통해 계열사별 올해 경영 전략과 비전 등을 공유했다.
좌담회 참석 경영진들이 이끄는 계열사나 현재 직책을 살펴보면 정 회장이 그리는 현대차그룹의 방향성과 경영 현안 등을 엿볼 수 있다. 세부적으로 정 회장 체제에서 첫 번째 부회장이 된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과 최초의 외국인 전문경영인(CEO)인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 뿐 아니라 송호성 기아 대표이사 사장, 성김 현대차그룹 전략기획 담당 사장, 이규복 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 사장, 정형진 현대캐피탈 대표이사 사장,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이다.
예컨대 현대차와 기아는 현대차그룹 실적을 책임지는 양대 기둥으로 미래 모빌리티 전환의 구심점 역할을 맡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단순 신차 판매 뿐 아니라 그룹 차원의 글로벌 사업 확장 과정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아울러 현대차와 함께 현대차그룹 근간인 현대건설은 수소 등 친환경 에너지 생산기지 구축이라는 미션을 부여 받았다.

현대글로비스는 정 회장이 개인 최대주주로 있으며 추후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서 핵심 열쇠가 될 계열사다. 성김 사장은 주한 미국대사 출신의 미국 외교의 핵심 보직을 두루 거친 베테랑 외교관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무역정책 변화 등 글로벌 경제안보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사장으로 영입됐다.
주목할 부분은 현대차그룹 AVP(첨단차량플랫폼)본부장인 송 사장도 좌담회 포함됐다는 점이다. 자리 배치를 보더라도 송 사장을 향한 정 회장의 두터운 신임은 유추 가능하다. 정 회장은 이날 참석한 총 9명의 경영진 가운데 정 중앙에 자리를 잡았다. 정 회장 양쪽으로는 장 부회장과 무뇨스 사장이 앉았으며, 송 사장은 무뇨스 사장 바로 옆자리를 배정 받았다.
◆ 스타트업 창업 후 정 회장 투자 유치…그룹 소프트웨어 R&D 집중
2021년 4월 현대차그룹에 합류한 송 사장은 정 회장의 특별 대우로 주목 받았다. 1968년생으로 글로벌 거대 IT 회사에서 경력을 쌓은 그는 소프트웨어 전문가로 인정 받는 송 사장은 네이버 전신인 NHN에서 성능 아키텍트와 기술혁신센터장, 최고기술책임자(CTO)를 거쳐 2017년 네이버의 기술 연구 전문 자회사인 네이버랩스 대표이사에 올랐다.
송 사장은 약 2년 뒤인 2019년 3월 네이버를 떠나 자본금 10억원으로 자율주행 TaaS(포괄적 교통 서비스) 스타트업 '코드42'(현 포티투닷)를 설립했다. 현대차는 포티투닷 설립 한 달 만에 약 20억원을 투자하며 이 회사 지분 11.5%를 확보했다. 현대차그룹을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프로바이더'로 전환시키겠다는 정 회장의 니즈와 '미래 이동 서비스 시장의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코드42의 경영 비전이 잘 맞아 떨어진 결과였다.

정 회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2021년 현대차에 모빌리티 기능을 총괄하는 TaaS본부를 신설한 뒤 송 사장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특히 정 회장은 송 사장이 포티투닷 대표를 겸직할 수 있도록 했을 뿐 아니라 2022년 8월 약 4500억원을 투입해 포티투닷을 그룹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송 사장은 현대차그룹에서 차량소프트웨어(SW)담당과 로지스틱스&모빌리티 Biz 그룹장, SDV 사용자경험(UX) 업무협의팀장, SDV본부장, SDV커미티장, SDV 아키텍트 그룹장, TaaS 프로젝트관리조직장 등 다양한 조직장을 거쳐 지난해 초 AVP본부장에 올랐다.
AVP본부는 각 계열사로 분산돼 있던 연구개발(R&D) 역량을 한 곳에 모으기 위해 신설됐다. 기존에는 현대차 CTO를 중심으로 각개전투식 내연기관 중심의 R&D가 이뤄졌었다. 특히 송 사장은 SVP본부장에 오른 이후 '2024 CES'와 'CEO 인베스터 데이' 등 현대차그룹이 미래 비전을 밝히는 굵직한 자리에 빠지지 않고 항상 참석 중이다.
◆ 올해 SDV 전환 원년, 영향력 강화…GV90에 AAOS 첫 탑재
현대차는 SDV 전환의 일환으로 올해까지 전 차종에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를 적용하고, 이르면 연말 출시되는 제네시스 브랜드의 대형 SUV 'GV90'에 차세대 차량용 운영체계(AAOS)를 탑재할 계획이다. AAOS는 아울러 내년 하반기에는 차량용 고성능 컴퓨터 기반의 전기/전자 아키텍처(E/E, 컴퓨터 시스템)을 적용한 SDV 페이스카(소량 생산 검증 차량)를 공개해 양산차 적용을 확대할 구상이다.
송 사장은 이번 좌담회에서 "인간의 뇌와 신경망을 대체하는 SDV는 중앙집중형의 E/E 아키텍처와 OS, 인포테인먼트, 자율주행으로 구분할 수 있다"며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SDV 시장에서 결과 없이 치열한 경쟁 중인데, 앞서나가기 위해 SDV 전 영역에서 현대차그룹과 포티투닷이 '원팀'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노력으로 기존의 제어기 숫자를 절반 이하로 축소했을 뿐 아니라 새로운 OS를 배포했으며, 자율주행은 카메라 센서만을 활용한 엔드투엔드(End to End) 방식의 전환에 성공했다"며 "기술 내재화로 쉽게 시도하지 못했던 기술과 UX를 꼭 성공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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