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김규희 기자] MBK파트너스·영풍이 고려아연의 대규모 유상증자 결정에 대해 법원에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신청한다. MBK 측은 과거 경영권 방어를 위해 유상증자를 신청했다가 법원에서 제동이 걸린 사례가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인용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3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MBK는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결정에 대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신청하기로 결정했다.
고려아연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신주 373만2650주를 주당 67만원에 일반공모 방식으로 유상증자해 약 2조5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겠다고 밝혔다. 80%는 일반 공모로 진행하고 나머지 20%는 우리사주조합에 우선 청약 권리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우리사주조합에 20%를 넘겨 최윤범 회장 측에 유리한 지분을 확보한다는 심산이다. 시가 대비 30% 할인된 가격으로 신주를 발행하는 만큼 우리사주조합은 배정된 지분을 전량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최 회장과 베인캐피탈 등의 지분율은 MBK·영풍 측을 넘어서게 된다. 유상증자로 기존 지분 40.4%가 33.5%까지 줄어들게 되지만 우리사주가 확보하는 신주 3.4%를 포함하면 총 36.9%가 된다. 반면 MBK·영풍 측 지분율은 기존 43.9%에서 36.4%로 희석된다.
MBK는 즉각 반발했다. MBK는 입장문을 통해 "기존 주주들과 시장 질서를 유린하는 행위"라며 "회사에 피해가 가든, 주주가치가 희석되든 최 회장 머릿 속에는 오로지 자신의 자리 보존에 대한 생각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주당 89만원이라는 자기주식 공개매수로 막대한 현금을 유출시킴으로써 그 피해가 남은 주주들에게 전이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12월 초 기준주가에서 30%나 할인된 금액으로 유상증자가 이뤄지게 되면 남은 주주들의 주식가치는 더욱 희석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결정을 저지하기 위해 모든 법적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며 "최 회장 및 이사진들에게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MBK는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현대엘리베이터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3년 법원은 금강고려화학(KCC)이 제기한 현대엘리베이터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당시 법원은 "회사경영을 위한 자금조달 목적이 아니라 경영권 분쟁상황에서 기존 대주주와 현 이사회의 경영권 방어목적으로 이뤄졌다는 KCC의 소명자료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영권 방어 자체가 회사와 일반주주에게 이익이 되면 예외적으로 기존주주의 신주인수권을 배제한 신주발행이 허용되지만 이번 신주발행은 그렇게 볼 만한 사정이 없다"고 설명했다.
IB업계 관계자는 "경영권 방어를 위한 유상증자에 법원이 제동을 건 전례가 있는 만큼 이번 가처분 건은 법적으로 다퉈볼 여지가 있다"며 "고려아연 측은 경영권 방어가 아닌 경영상의 목적임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MBK 관계자는 "자본시장과 주주들을 경시하는 최 회장 처사에 개탄을 금치 못한다"며 "즉각 가처분 신청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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