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규연 기자] 한국 국채에 투자하는 ETF(상장지수펀드)가 투자자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 국채가 '세계 3대 채권지수'로 꼽히는 세계국채지수(WGBI)에 이름을 올리게 됐기 때문이다. 이를 계기로 해외 자금이 대거 유입되면서 한국 국채 기반 ETF도 흥행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21일 코스콤 ETF체크에 따르면 한국 국채가 세계국채지수에 편입된 이후 한국 국고채에 투자하는 ETF 상품들에 상당량의 자금이 유입됐다. 국고채는 국가 재정정책 수행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공공자금관리기금의 부담으로 발행하는 국채를 말한다.
삼성자산운용이 운용하는 'KODEX 국고채30년 액티브' ETF의 경우 이달 18일 기준으로 최근 일주일 동안 전체 253억원이 들어왔다. 같은 기간 'KODEX 국고채 3년', 'PLUS 국고채30년 액티브', 'TIGER 국고채30년스트립 액티브', 'SOL 국고채3년'도 20억원 이상이 각각 유입됐다.
앞서 글로벌 지수 제공업체인 영국 FTSE(파이낸셜타임즈 스톡익스체인지)러셀은 다음해 11월부터 한국 국채를 세계국채지수에 편입하겠다고 8일 밝혔다. 그 영향으로 채권형 ETF를 향한 투자자의 기대도 커지면서 자금 유입량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세계국채지수는 블룸버그-바클레이스 글로벌 국채지수(BBGA) 및 JP모건 신흥국 국채지수(GBI-EM)와 함께 세계 3대 채권지수로 꼽힌다. 미국과 일본, 영국 등 주요 국가 25곳의 국채로 구성됐다.
이 지수에 편입되려면 국채 발행 잔액과 신용등급, 시장 접근성 등 다양한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이 때문에 글로벌 채권 펀드들이 세계국채지수를 투자 기준으로 삼는 경우도 많다. 여기에 편입된 국채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면서 투입 자금도 늘어나는 방식이다.
글로벌 통신사 블룸버그도 한국 정부에서 이번 세계국채지수 편입을 통해 최대 670억달러(약 90조원) 규모의 외국인 투자를 유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렇게 많은 자금이 몰리면 한국 국채 금리가 떨어지면서 반비례 관계인 가격이 오르게 된다.
그렇게 되면 한국 국채를 투자자산으로 삼은 국고채 투자 ETF의 수익률 역시 높아질 수 있다. 이런 기대가 생기면서 한국 국고채에 투자하는 ETF 상품을 향한 최근 자금 유입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물론 최근 한국 국고채 투자 ETF에 자금이 많이 유입된 것은 일종의 '반짝 흥행'으로 취급된다. 한국 국채가 세계국채지수에 실제로 편입되는 시점은 1년여 뒤인 2025년 11월이기 때문이다.
다만 말레이시아의 사례를 보면 한국 국고채 투자 ETF도 다음해 중순부터는 자금 유입 효과를 누릴 가능성이 높다. 말레이시아 국채는 2007년 7월 세계국채지수에 편입됐는데 6개월 전인 그해 1월부터 7월까지 25억달러(약 3조4270억원) 규모의 자금이 사전 유입됐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2025년부터 한국 국고채 투자 ETF 상품을 새로 내놓을 가능성도 커 보인다. 이미 국고채 관련 ETF 상품 라인업을 상당부분 갖춘 자산운용사의 경우 시장 선점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우리자산운용의 경우 2022년 5월부터 'WON 대한민국국고채 액티브' ETF를 운용 중이다. 이 상품은 모든 만기 구간의 국채를 투자자산에 담았다. 이 때문에 해외 자금이 시장에 유입될 경우 폭넓은 투자를 모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신한자산운용은 'SOL 국고채3년', 'SOL 국고채10년', 'SOL 국고채30년 액티브' 등 다양한 구간의 상품을 갖췄다. 삼성자산운용과 키움투자자산운용은 기존에 보유한 국고채 관련 ETF 상품 중 개별 순자산총액 4000억원을 넘어서는 대형 펀드가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국채에 투자하는 채권형 ETF 시장은 그동안 미국 국채 중심으로 돌아갔는데 한국 국채의 세계국채지수 편입이 결정되면서 투자자의 관심 범위가 넓어지는 계기가 됐다"며 "2025년 채권형 ETF 시장에도 상당한 호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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