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HD현대삼호가 러시아 조선사 즈베즈다조선와 2017년 설립한 합작사(JV)를 청산할지 관심이 쏠린다. JV는 선박 건조 기술협력이라는 명확한 목적에 따라 출범했으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지정학적 리스크를 떠안은 까닭이다. 다만 HD현대삼호는 즈베즈다조선으로부터 잔금을 정산받지 못한 데다, 철수하려고 해도 현지 사정으로 정상적인 업무 수행이 어려운 만큼 상황을 좀 더 관망하겠다는 입장이다.
양사가 설립한 합작사 '즈베즈다현대(Zvezda-Hyundai)'는 HD현대삼호가 49%, 즈베즈다조선이 5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2017년 즈베즈다현대 설립 당시 HD현대삼호가 11만5000DWT(재화중량톤)급 아프라막스 유조선 건조에 필요한 설계와 기자재 구매, 인력, 교육 등 제반 서비스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로열티를 챙기는 사업구조를 짜면서 즈베즈다조선이 더 많은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당시 HD현대삼호는 즈베즈다조선과 JV를 설립한 만큼 러시아에서 더 많은 사업 기회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즈베즈다조선이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 로즈네프트(Rosneft) 중심의 컨소시엄으로 설립된 회사였던 만큼 일정 수준의 일감이 보장받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금융거래나 부품 수급이 막히며 HD현대삼호의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HD현대삼호의 올해 반기보고서만 봐도 Zvezda-Hyundai의 매출액이 2억7800만원, 영업이익이 5100만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해당 JV가 유명무실해진 셈이다. 이 때문에 HD현대삼호 역시 즈베즈다조선에 대한 기술적 지원 중단은 물론, 현지에 파견한 인력도 지난 4월 국내로 복귀시키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HD현대삼호와 마찬가지로 2020년 즈베즈다조선과 JV를 세웠던 삼성중공업의 경우 현재 합작사(ZVEZDA-Samsung Heavy Industries) 청산절차에 돌입하며 관계정리에 나선 모습이다. 반면 HD현대삼호는 현재로선 JV 청산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러시아 기업과의 거래 및 업무가 동결되며, 잔금을 일부 정산받지 못한 까닭이다. 즈베즈다조선과 HD현대삼호 계약상의 이유로 구체적인 계약규모를 확인할 수 없지만 1~2%의 잔금이 미지급 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HD현대삼호가 처한 상황이 삼성중공업과는 다르다는 점이다. 과거 즈베즈다조선과 22척 건조계약을 체결한 삼성중공업은 미인도 물량이 17척에 달한다. 즈베즈다조선은 잔여 척수에 대한 선수금을 삼성중공업 측에 지급한 이후 일방적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쉽게 말해 삼성중공업은 건조하지 않은 배의 선수금을 미리 받아 대금을 요구할 필요가 없으나 HD현대삼호는 물량을 모두 전달했음에도 금융제재로 잔금을 일부 받지 못한 셈이다.
이에 대해 HD현대삼호 관계자는 "소규모 미수금이 남아 있으나 현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계약은 동결된 상태"라며 "법인 청산은 동결 해제 및 미수금 정산 후 가능한 상황으로 아직 확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이어 "JV 청산 여부도 급하게 결정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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