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전한울 기자] SK가 최근 기업공개(IPO) 가능성이 점쳐진 SK실트론을 지분매각하는 방향으로 선회하면서 오너·재무 리스크를 상쇄할 유력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수년 동안 공격적인 사업 확장으로 재무부담이 쌓여온 데 이어 최태원 회장의 1조원대 이혼소송으로 오너 리스크까지 가중된 점을 고려하면 고공성장 중인 SK실트론이 자금통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최 회장 보유지분(29.4%)의 경우 막대한 양도소득세가 뒤따르고 사익편취 논란으로 인해 쉽게 매각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최 회장이 보유 중인 현금성자산이 2000억~3000억원 수준이라 자금 확충이 시급하고, 최근 주가 하락세 및 고금리 현상에 따라 주식담보대출 시장도 불안정한 만큼 SK실트론 등 알짜회사의 배당으로 현금을 늘릴 것이란 예측이다.
업계에 따르면 SK는 막바지 속도를 내는 리밸런싱 일환으로 최근 성장세를 이어가는 자회사 'SK실트론' 지분 70.6%를 한앤컴퍼니에 매각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앞서 IPO를 통한 자금조달 방안도 물망 위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 회장의 SK 보유지분이 담보로 잡혀있는 등 지분구조가 불안정해지는 가능성이 존재하는 만큼 비교적 안정적인 방안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SK실트론은 2017년 SK그룹에 편입된 뒤 8년여간 고공성장을 이어가면서 인수 당시보다 5배 뛴 5조원대의 몸값을 유지 중이다. 이번 지분매각과 더불어 최근 매각키로 한 SK스페셜티 판매 대금까지 더해지면 SK가 쥐게될 현금 규모는 총 6조원대로 불어날 전망이다.
SK그룹이 최근 수년 동안 공격적인 사업 확장을 이어오면서 재무부담이 지속 누적돼 온 점을 고려하면 기댈 언덕이 하나 생기는 셈이다. 앞서 SK는 지난해 현금창출력을 나타내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8000억원으로 20% 감소한 반면 단기차입금은 17.6% 증가하며 재무부담이 한층 가중됐다.
뿐만 아니다. SK실트론은 아직 대법원 판단이 남아있지만, 최 회장의 이혼소송에 따른 오너 리스크까지 일부 상쇄할 유력 대안으로 거론된다. 최 회장은 지난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소송 2심서 1조3000억원대의 재산분할 판결을 받고 그룹 지분 일부를 매각할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최 회장이 보유 중인 현금성자산이 2000~3000억원대로 추정되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1조원대에 가까운 자금을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 셈이다.
당장은 최 회장이 SK실트론 보유지분(29.4%)을 매각하는 대신 배당을 통해 자금을 축적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하고 효율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약 6000~7000억원대로 추정되는 SK실트론 지분을 매각할 시 1000억원대에 육박하는 양도소득세가 책정돼 이득이 크게 쪼그라들기 때문이다. 앞서 SK는 지난해 별도기준 7000억원대의 순손실에도 배당규모를 늘린 바 있다. 이에 최 회장은 매각보다는 SK실트론에서 배당을 받아 자금 확보를 이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SK로선 이번 지분매각으로 우호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사모펀드 '한앤컴퍼니'를 최대주주에 올리면서 그룹 유동성 전반을, 최 회장은 배당금 확보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를 두고 시장 일각선 최 회장이 이번 기회에 SK실트론 지분을 SK에 증여해 과거 사익편취 의혹을 벗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앞서 SK는 2017년 LG로부터 SK실트론 지분 51%를 매입해 자회사로 편입시키고 나머지 지분 19.6%를 총수입스왑(TRS) 계약을 통해 취득한 뒤 최 회장에게 잔여지분 29.4%를 TRS 계약으로 취득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공정거래위원회는 최 회장이 취득한 SK실트론 지분에 대해 'SK가 합리적인 이유로 포기한 사업기회가 아니다'고 판단하고 SK 및 최태원 회장에게 각각 과징금 8억원을 부과하기도 했다. 다만 서울고법은 공정위 판단을 뒤집고 "과징금, 시정명령을 모두 취소하라"고 판결한 상태다.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현재 SK가 SK실트론 지분 전량 매각을 추진 중이지만 매각에 성공해도 최 회장의 사익편취 의혹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최 회장이 보유 중인 SK실트론 지분을 SK에 증여해야 과거 의혹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당장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최 회장이 이혼소송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당장 SK실트론 지분을 SK에 증여하기에는 변수가 많다. '주식담보대출' 역시 SK의 주가 하락 등으로 상황이 녹록지 않다. 최근 국내외 정세 영향으로 주가가 연초 대비 10% 가량 하락하면서 담보인정비율 등에 불안정성이 커지고 고금리 현상까지 장기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관건은 자금통로 확대 여부다. 최 회장은 지난해 SK로부터 910억원의 배당금을 수령하며 전년 대비 40% 가량 급증했지만, 1조원대에 육박하는 이혼소송 자금이 대법원에서 확정될 경우를 가정할 시 부족한 수준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아직 이혼소송 상고심이 진행 중인 만큼 당장 지배구조 리스크를 감당할 정도의 지분 매각을 감행하진 않을 것"이라며 "최근 시황이 크게 둔화하면서 외부자금을 끌어들이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당장 그룹 차원으로 배당 정책을 확대하며 안정적인 자금 확충을 이어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한편 SK는 이번 SK실트론 매각 가능성에 대해 '검토 중'이란 입장을 고수 중이다. SK 관계자는 "모든 계열사를 대상으로 매각 가능성은 열려있다"면서도 "SK실트론 역시 매각을 검토할 순 있겠지만 어느 것도 확정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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