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신지하 기자] 삼성전자가 올해 여름 인공지능(AI) 집사 로봇 '볼리' 출시를 예고한 데 이어 관련 기술이 담긴 특허 문건이 공개됐다. 해당 특허에는 주변을 인식해 벽이나 바닥 등 다양한 방향으로 영상을 투사하는 기술이 담겼다. 볼리의 성공적인 시장 안착 여부는 활용도와 가격에 달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3일 한국 특허청과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를 통해 '전자 장치 및 그 제어 방법'이라는 볼리에 적용될 것으로 보이는 특허를 공개했다. 볼리에 탑재된 듀얼렌즈 기반의 프로젝터가 사용자 근처의 벽이나 바닥을 스스로 인식해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투사·구현하는 기술이 이번 특허에 포함됐다.
구체적으로 볼리가 집 안 공간을 스스로 파악하고, 상황에 맞춰 영상을 투사하는 기술이 담겼다. 장치에 달린 카메라와 센서가 벽이나 바닥, 천장 등을 인식한 뒤 사용자 위치와 장애물 유무 등을 고려해 어느 방향으로 화면을 띄울지 판단하는 방식이다. 사용자의 시선, 제스처, 음성 명령, 콘텐츠 종류에 따라 투사 방향이 달라지거나 인터페이스가 전환되기도 한다.
또 영상을 보는 도중 사용자가 특정 위치를 가리키면 그 지점을 인식해 반응하고, 자세나 시선이 달라질 경우 그에 맞춰 화면 위치를 자동으로 바꾸는 기능도 적용됐다. 볼리가 스스로 움직이며 콘텐츠를 보여주기 좋은 자리를 찾는 기술도 확인된다. 주행 중 주변을 스캔해 적절한 위치로 이동한 후 벽면이나 바닥에 영상을 비추는 구조다.
볼리는 삼성전자가 지난 2020년 CES에서 처음 선보인 로봇으로, 당시에는 카메라와 센서가 달린 야구공 크기의 모습이었다. 이후 스마트홈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볼리의 가전 제어와 기기 간 연동 기능이 대폭 강화됐다. 최근 공개된 모델은 상징적인 노란색 외관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프로젝터와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해 크기가 커진 'AI 집사 로봇'으로 진화했다.
볼리에는 삼성전자의 자체 AI 모델과 구글의 생성형 AI '제미나이'가 함께 적용된다. 특히 제미나이가 제공하는 멀티모달 기능을 통해 음성과 영상, 센서 등 다양한 입력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그에 따라 반응을 조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오늘 피곤해"라는 말에 수면 개선이나 운동 관련 조언을 제공하거나 옷차림을 묻는 질문에는 스타일링을 추천하는 등 일상에 맞춘 상호작용이 가능하다.
볼리는 이르면 2분기 출시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9일 자사 미국 뉴스룸에서 "이번 여름 미국과 한국에서 볼리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으며, 현재 글로벌 홈페이지에는 볼리 전용 페이지도 개설됐다. 해당 사이트에서는 소비자들이 볼리 출시와 관련한 최신 소식을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도록 사전 알림 등록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새로운 폼팩터를 통한 분위기 반전이 절실하다. 올 1분기에는 시장 전망치(4~5조원)를 훌쩍 웃도는 6조6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반도체(DS) 부문의 부진은 여전하다. 특히 2분기에는 플래그십폰 '갤럭시S25' 출시 효과 감소와 트럼프발 관세 위협 등 복합적인 변수가 겹쳐 장밋빛 실적을 낙관하기는 어려운 분위기다. 이에 볼리가 새로운 구원투수가 될지 주목된다.
볼리의 시장 안착을 좌우할 핵심은 가격과 활용도다. 출시 가격이 수백만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소비자 부담이 만만치 않다. 이와 관련해 고(故) 한종희 전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부회장)은 지난 1월 CES에서 "볼리도 구독 서비스 대상에 포함시킬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AI 집사 로봇이라는 개념이 이제 막 도입되는 만큼 실생활에서 얼마나 유용한지도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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