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서재원 기자]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어피니티)가 펀드레이징에 나선다. 지난 2018년 5호 블라인드펀드를 조성한 지 약 7년 만이다. 최근 아쉬운 수익률을 감수하고 교보생명 투자금회수(엑시트)에 나선 것도 본격적으로 펀딩에 돌입하기 전 장기 포트폴리오를 정리하는 사전 작업의 일환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어피니티는 올해 6호 블라인드펀드 조성을 위해 유한책임투자자(LP) 모집에 나설 예정이다. 기존 어피니티 펀드 LP의 95%가 미국, 유럽 등의 글로벌 연기금 및 투자 기관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국내보다는 해외 LP 모집에 집중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펀드레이징은 5호 블라인드펀드를 조성한 지 무려 7년여 만에 이뤄지는 것이다. 앞서 지난 2018년 어피니티는 해외 연기금 등의 출자를 받아 60억달러 규모 5호 펀드를 조성했다. 통상적으로 4~5년 간의 투자를 마치고 신규 펀드를 조성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펀드레이징 시기가 다소 늦어진 셈이다.
다만 5호 펀드의 드라이파우더(투자여력)는 아직 충분한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펀드의 경우 회수 자금을 재투자할 수 있는 리사이클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최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롯데렌탈 인수(1조5800억원 규모)를 마무리하더라도 5호 펀드의 소진율은 70%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6호 펀드의 구체적인 규모는 전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어피니티가 매번 펀드 규모를 확대해온 것을 고려하면 역대 최대 규모 펀드를 조성할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어피니티는 지난 2014년 3호 펀드를 28억달러 규모로 조성한 이후 4호 펀드(38억달러), 5호 펀드(60억달러) 등 매번 펀드 규모를 10억달러 이상 확대해 왔다.
최근 어피니티가 교보생명 지분을 처분한 것도 펀딩 전 장기 포트폴리오를 정리하기 위한 목적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달 7일 어피니티는 교보생명 지분 9.05%를 SBI그룹에 매각했다. 매각 단가는 주당 23만4000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 2012년 투자 당시 단가(주당 24만5000원)보다 낮은 가격이다.
그간 교보생명 배당을 포함하면 어피니티는 투자원금 이상은 회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13년의 투자 기간을 고려하면 사실상 막대한 기회비용 손실을 감수하고 '손절'을 한 셈이다. 새로운 펀드를 조성하기 전 LP와의 신뢰 회복을 위해 수익률보다는 회수에 방점을 찍은 결정으로 풀이된다.
지난 2012년 어피니티는 컨소시엄(어피니티·IMM PE·EQT·싱가포르투자청)을 구성해 교보생명 지분 24%를 사들였다. 당시 교보생명이 약속했던 기업공개(IPO)에 실패하면서 컨소시엄은 2018년 풋옵션(주당 41만원)을 발동했다. 다만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풋옵션 가격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양측의 분쟁은 국제상업회의소(ICC)로까지 올라가며 장기화 됐다.
그러다 어피니티와 싱가포르투자청은 올해 신 회장과 원금 이하 수준으로 풋옵션 가격을 합의하며 교보생명 투자를 마무리했다. 반면 IMM PE(5.23%)와 EQT파트너스(5.23%)는 여전히 교보생명 지분을 보유하며 분쟁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어피니티가 6호 블라인드펀드 펀드레이징에 나서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롯데렌탈 인수로 5호 펀드를 70% 가량 소진하면서 펀딩 적기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아쉬운 수익률을 감수하고 교보생명 지분을 처분한 것도 펀딩 전 부진한 장기 포트폴리오를 정리하기 위한 목적이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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