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차화영, 이슬이 기자]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7년간 이어온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싱가포르투자청(GIC) 등 재무적투자자(FI)와의 풋옵션(특정 가격에 주식을 팔 권리) 분쟁을 일단락했다. 일본계 금융그룹인 SBI그룹 등이 구원투수로 나서 교보생명 지분을 인수했기 때문이다.
교보생명은 글로벌 사모펀드인 어피니티와 GIC가 각각 교보생명의 보유 지분 9.05%와 4.5%를 제3의 금융사에 매각하기로 했다고 7일 밝혔다. 어피니티의 지분은 SBI그룹으로, GIC의 지분은 신한투자증권 등이 만든 특수목적법인(SPC)에 넘어갔다.
거래가격은 주당 23만4000원으로 교보생명이 지난 2023년 자사주로 매입한 주당 19만8000원 보다 높게 책정됐다. 초기 투자가격인 주당 24만5000원보다 1만1000원 낮은 수준이다.
SBI그룹은 과거 교보생명 지분을 보유해 신 회장 측과 돈독한 관계를 구축해왔던 만큼 이번 거래에서 구원투수로 등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SPC는 신 회장과 주관계약을 맺고 교보생명 지분을 인수했다. 신한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등은 주식매입자금을 위한 주식담보대출만 실행한 것으로 업무수탁 및 자산관리 업무만 맡는다. 사실상 신 회장이 주식담보대출을 통해 GIC가 보유하던 지분을 인수하는 셈이다.
이번 거래로 2012년 교보생명 지분 24%를 인수하기 위해 구성된 어피너티컨소시엄은 4개 펀드 중 2곳이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결정하면서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게 됐다.
나머지 IMM PE와 EQT 등도 조만간 협상에 나설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두 곳은 교보생명 지분을 각각 5.23%씩 보유하고 있다.
민병철 어피니티 한국 총괄대표는 "모든 이해당사자들과 윈윈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향으로 대화와 협의를 지속해 합의점에 이르게 됐다"며 "파트너십은 종료하게 되지만 교보생명의 지속 성장을 응원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어피니티는 국내에서 긍정적인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포트폴리오사의 가치를 창출하고 제고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조대규 교보생명 대표는 "주주 간에 적절한 대화와 협의를 통해 서로 윈윈할 수 있고 시장에서 수용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에 협상이 성사된 점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교보생명은 지주사 전환 작업과 미래지향적 도전에 더욱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2년 어피너티컨소시엄(어피너티 에쿼티 파트너스, IMM PE, EQT, 싱가포르투자청 등)은 교보생명 지분 24%를 1조2000억원(주당 24만5000원)에 매입하면서 신 회장과 풋옵션 계약을 맺었다. 풋옵션 내용은 2015년까지 기업공개(IPO)를 못하면 교보생명 지분을 다시 사준다는 것이다.
교보생명 IPO가 이뤄지지 않자 어피너티컨소시엄은 2018년 10월 주당 41만원에 풋옵션을 행사했고 신 의장이 이를 거부하면서 국제 중재 절차를 밟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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