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승주 기자] 삼양식품이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폭풍관세 결정에 초긴장에 돌입했다. 삼양식품의 경우 미국 수출액이 전체의 28%에 달하는 만큼 전체 수익성에 직격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일각에서는 주가에도 강한 하방압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정부는 이달 2일(현지시간)부터 한국을 비롯한 80여개 국가에 11~50%의 국가별 상호관세를 예고했다. 한국의 경우 미국으로 수출되는 모든 물품에 25%의 관세가 결정됐다. 이후 중국 외 나머지 국가들에 대한 상호관세의 경우 90일 간의 유예기간을 둘 예정이지만 최근 K-푸드 열풍을 타고 대미수출액을 늘리고 있었던 라면업계에서는 대책 마련이 시급해졌다.
특히 삼양식품은 농심·오뚜기 등 국내 라면 3사 중에서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이미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공장을 갖춘 농심이나 2027년 완공을 목표로 북미 생산기지 설립을 추진중인 오뚜기와 달리 이 회사는 수출 전량을 국내에서 생산하기 때문이다. 삼양식품은 올해 6월 밀양2공장을 준공해 북미·유럽향 물량을 소화할 계획이라 이번 상호관세 조치를 피해갈 수 없는 처지다.
삼양식품은 앞서 북미지역 불닭볶음면의 인기에 매년 최대실적을 경신해왔다. 실제 삼양식품 미국법인의 작년 매출은 2억8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27% 증가했고 같은기간 전체 수출액(1조3359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28%로 8%포인트(p) 상승했다. 이에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률 역시 2022년 9.9%→2023년 12.4%→2024년 19.9%로 우상향했다.
다만 삼양식품은 이번 상호관세 조치로 딜레마에 빠졌다. 미국 내 유통되는 제품가를 인상하면 대미 수출량 자체가 줄어들 수 있고 반대로 마진율을 낮추면 수익성에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 월마트에서 유통되는 불닭볶음면(5개입)의 경우 가격이 6.88달러(한화 약 1만200원)로 경쟁사인 일본 도요수산·닛신 제품보다 가격 경쟁력 우위를 갖춰왔으나 향후 이러한 강점이 희석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와관련 NICE신용평가는 "삼양식품은 관세로 인해 미국 내 불닭볶음면 소비자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며 이에 따른 수요 감소가 예상된다"며 "미국 내 생산공장을 보유한 도요수산, 닛신, 농심 대비 관세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게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현 시점에서 삼양식품이 북미에 생산기지 구축을 적극 검토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밀양2공장과 중국공장 건립으로 작년 투자비가 2284억원에 달했지만 여전히 높은 현금창출력을 통해 재무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마침 삼양식품도 관세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미국법인과 논의를 지속하고 있으며 북미 여러 권역을 대상으로 생산기지 설립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문제는 미국발 관세 이슈에 더해 투자 소요가 확대되면 주가에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달 15일 95만8000원으로 52주 최고가를 터치했던 삼양식품의 주가는 미 행정부의 상호관세가 발표된 이달 2일 86만원(종가기준)으로 뚝 떨어졌다. 이는 순이익의 대부분을 시설투자금으로 돌리면서 배당 확대·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책이 소홀해질 수 있다는 투자자들의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삼양식품 관계자는 "현재 내부적으로 관세 대응을 위한 TF를 구성해 미국법인과 다방면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수출 지역과 물품 등을 다변화하거나 원가를 개선하는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벌어들이는 현금의 대부분을 투자에 집중하며 기업가치 증대와 그룹의 성장을 더욱 가속화하는데 쓰고 있다"며 "향후 장기적인 프로젝트와 투자가 종료될 때마다 주주환원에 대한 논의도 더욱 활발해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