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HD현대중공업이 국내 3대 신용평가사(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NICE신용평가)로부터 모두 'A' 이상의 신용등급을 획득했다. 특히 한국신용평가(한신평)는 국내 조선 빅3 중에선 유일하게 HD현대중공업에 'A+' 등급을 부여했는데, 안정적으로 쌓은 일감을 바탕으로 외형 확대는 물론 질적 성장을 확보한 점이 높게 평가됐다.
8조원 규모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Korea Destroyer neXt generation) 등 함정사업에서도 신용등급이 평가항목에 들어가는 만큼 B등급인 한화오션 보다 높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함정사업의 경우 기술력 점수 차이가 모든 점수를 뛰어넘을 정도라 영향이 크지는 않지만 양사가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는 사소한 차이가 결과를 가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신평은 지난달 HD현대중공업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종전 'A(긍정적)'에서 'A+(안정적)'로 상향했다. HD현대중공업의 신용등급은 2023년 3월까지 A-를 유지하다가 지난해 3월 A로 한 단계 올린 이후 1년 만에 또다시 상향 조정했다.
이로써 HD현대중공업은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모두 A급 이상의 신용등급을 받았다. 앞서 2월에는 NICE신용평가가 HD현대중공업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긍정적)에서 A+(안정적)로 상향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해 11월 HD현대중공업의 기업(ICR) 신용등급 전망을 'A, 안정적'에서 'A, 긍정적'으로 조정한 바 있다.
한신평은 HD현대중공업의 등급 상향 근거로 ▲업황 개선으로 수주잔고 양적 확대 및 질적 제고 ▲기수주잔고 바탕으로 외형 확대 및 수익성 개선세 지속 전망 ▲글로벌 선두권의 시장지위와 수주경쟁력 ▲양호한 재무안정성 등을 꼽았다. 실제 HD현대중공업은 일감을 두둑이 쌓아 뒀다. 올해 2월 기준 HD현대중공업의 수주잔고(남은일감)는 인도기준 446억6500만달러(65조원)에 달한다.
김현준 한신평 수석애널리스트는 "HD현대중공업은 글로벌 선두권의 건조능력과 수주잔고를 확보하고 있으며 대형 컨테이너선, LNG(액화천연가스)선, 대형 유조선 등과 해양플랜트 건조실적을 바탕으로 우수한 시장지위와 수주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짚었다.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은 전반적인 신용도를 반영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기업 신용등급과 동일하게 간주된다. 더구나 수주산업인 조선업의 특성을 감안하면 조선사의 신용등급 상향은 수주경쟁력 제고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일반적으로 선박 1척을 건조하려면 2년이 소요되는데 조선사는 긴 공정 기간에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가져가는 것이 중요하다. 기자재 구매를 비롯해 인건비, 설비 운영 등 대규모 운전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조선사의 경우 금융기관의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이 중요한 만큼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기반으로 평가한 신용등급은 결국 조선사의 수주와 중장기 실적을 좌우한다. RG는 조선사가 선박을 미인도할 경우 조선사가 발주처로부터 미리 받은 선수금을 금융기관(은행)이 대신 물어주는 지급보증을 말한다. 은행이 RG를 발급해 주지 않으면 조선사는 선박을 수주할 수 없다.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RG를 받기 어렵고 발급받더라도 금리가 상승해 조달 비용부담이 커진다.
HD현대중공업의 수익성 개선 성과는 신용등급에서 경쟁사와 차이를 만들었다.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의 경우 신용등급 A급에 오르지 못한 실정이다. NICE신용평가는 2월 한화오션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BBB+(안정적)로 매겼다. 삼성중공업의 기업 신용등급은 지난해 12월 BBB+(긍정적)로 평가했다. BBB 등급은 원리금 상환 가능성이 일정수준 인정되지만 A에 비해 경제 여건 및 환경에 따라 거래 안정성이 저하될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가리킨다.
최근 신용등급은 함정 사업 수주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최근 경쟁을 벌이고 있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경우도 두 업체 모두 선박 건조 능력을 보유한 만큼 조금이라도 신용등급이 높은 HD현대중공업이 다소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사의 신용등급이 A+를 받은 것은 재무 건전성이 양호하다는 뜻으로 수주 협상에서 보폭을 더욱 확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HD현대중공업은 앞으로도 친환경 고부가가치 선박 위주의 선별 수주를 통해 견고한 실적 흐름을 이어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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