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규연 기자]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최근 몇 년 동안 국내 자산운용업계에서 가장 많은 광고선전비를 쓰고 있다. 빠르게 성장 중인 ETF(상장지수펀드)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 마케팅을 확대한 영향으로 추정된다. 선두 경쟁사인 삼성자산운용 역시 광고선전비를 늘리면서 대응에 나섰다.
4일 영업보고서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최근 5년 동안 별도기준 광고선전비로 ▲2020년 124억원 ▲2021년 138억원 ▲2022년 184억원 ▲2023년 163억원 ▲2024년 171억원을 썼다. 2022년 광고선전비가 전년대비 33.3% 늘어난 이래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22년부터 3년 연속으로 자산운용업계 광고선전비 1위를 차지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광고선전비 집행 항목을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다. 다만 최근 몇 년 동안 광고선전비에 포함되는 ETF 마케팅을 확대한 점이 눈에 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22년 'ETF 연금 투자자 가이드북'을 두 차례 발간하는 등 개인투자자 대상 마케팅을 강화했다. 같은 해 임원인사에서도 마케팅부문 대표급 순환배치를 통해 ETF 마케팅 역량 및 시너지를 강화했다.
그밖에도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22년 ETF 전용 유튜브 채널인 'TIGER ETF''를 개설했고, 2023년에는 'TIGER ETF' 공식 홈페이지를 개편했다. 지하철 전광판이나 옥외광고 등을 통한 ETF 마케팅 역시 꾸준하게 진행했다.
현재 서울 강남역 등 주요 지역에서 ETF 상품 광고를 활발하게 내보내고 있다. 강남역 옥외광고 전광판은 1개월 대여료가 4000만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미래에셋자산운용 ETF 광고는 이곳에서 1개월 이상 반복 송출되고 있다.
이런 마케팅 확대에 시장 활성화가 맞물리면서 미래에셋자산운용 ETF 몸집은 가파르게 커졌다. 최근 3년 동안 미래에셋자산운용 ETF 순자산총액을 살펴보면 ▲2022년 29조5674억원 ▲2023년 44조6561억원 ▲62조6431억원이다. 연평균 순자산총액 증가율이 37.3%에 이른다.
이에 힘입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ETF 시장 선두인 삼성자산운용과 점유율 격차도 많이 좁혔다. 두 운용사의 최근 3년 동안 ETF 시장점유율 격차를 살펴보면 ▲2022년 5.6%포인트(p) ▲2023년 3.3%포인트 ▲2024년 2.1%포인트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국내 대형 ETF 운용사를 통틀어 광고선전비를 매년 100억원 이상 쓴 것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유일하다"며 "특히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개인투자자를 겨냥한 해외주식형 ETF에 강점을 지닌 것을 고려하면 마케팅의 중요성이 높다"고 말했다.
경쟁자인 삼성자산운용은 자산운용업계 광고선전비 2위지만 전체 금액은 미래에셋자산운용보다 적은 편이었다. 삼성자산운용의 2022년 광고선전비는 75억원, 2023년은 80억원이다.
그러나 삼성자산운용도 지난해부터 ETF 마케팅을 배너와 라디오 광고 등으로 확대하기 시작했다. 개인투자자 중심으로 ETF 시장이 커졌고, 점유율 선두 자리가 위협받자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자산운용의 2024년 광고선전비는 154억원으로 전년대비 92.5%(74억원) 늘어났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 광고선전비 차이도 ▲2022년 109억원 ▲2023년 83억원에서 ▲2024년 17억원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ETF 마케팅 확대 과정에서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의 충돌도 눈에 띈다. 지난해 6월 이준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부회장)가 기자간담회에서 "라디오 광고를 하거나 그런 식으로 껌 팔듯이 장사 안 할 것"이라고 말한 것이 대표사례다.
이 대표가 당시 다른 자산운용사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삼성자산운용이 지난해 초 ETF 라디오 광고를 내보냈기 때문에 구설수에 올랐다.
최근에는 삼성자산운용이 유튜브를 통해 '투자의 핵심은 수익률, '미래'를 앞서간다'는 문구가 들어간 광고영상을 내보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삼성자산운용에서 '버퍼형 ETF' 신상품을 내놓은 직후 TIGER ETF 유튜브 채널에 '버퍼 ETF는 정말 하락을 막을 수 있을까?'는 제목의 숏츠 동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