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박휴선 기자] 한국벤처투자의 수장을 뽑는 서류접수가 끝난 상황에서 벌써부터 내정자가 나왔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심사 초기부터 보안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데다가, 내정설이 불거지기에는 너무 이른 시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선정 과정에서 서류 통과 인원과 일정 등을 공개해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25일 벤처캐피탈(VC)업계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벤처투자 차기 대표로 이대희 전 중소벤처기업부 기획조정실장이 내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한국벤처투자의 대표 선발절차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소집하며 시작하는데 임추위를 소집한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내정자가 거론된 것이다.
업계에서는 한국벤처투자 대표 선정 과정에 결정적인 하자가 발생했다고 지적한다. 일반적인 선발절차라면 철저한 보안 유지 속 2~3개월의 시간이 걸린다. 지원자는 서류 접수 마감일까지 자기소개서와 직무수행계획서 등을 제출한다. 임추위는 지원서를 낸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서류 심사와 면접을 진행한다. 이후 적격후보(숏리스트)에 오른 후보들을 인사 검증한 뒤 최종 후보를 확정한다. 최종 후보에 오른 인사는 이사회와 주주총회 승인 등을 거쳐 신임 대표이사로 임명된다. 내정자가 언급되면서 선정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공정성이 의심받는 상황이 연출됐다.
내정자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말 한국벤처투자 대표 자리에 변태섭 전 중기부 기획조정실장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모든 대표이사 선발 절차가 백지화됐다. 이 전 실장과 변 전 실장은 모두 중기부에 사직서를 제출한 상태다.
변태섭 전 실장은 이번 한국벤처투자 대표이사 공고에 재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변 전 실장의 경우 매우 신중한 성격"이라며 "지지세력이 충분히 있으니 지원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정 과정이 투명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동안 한국벤처투자는 여러 차례 신임 대표 모집 공고를 올리면서 심사 방법을 '임추위에서 심사(서류심사 및 면접심사)'라고만 안내해왔다.
업계 관계자는 "11일에 서류 접수를 마감하고 임추위를 소집(17일)한지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은 21일에 이 전 실장이 내정됐다는 소식이 흘러나왔다"며 "심사가 진행 중인 상태에서 내정설이 흘러나왔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국벤처투자 수장 자리는 2023년 11월 유웅환 전 대표가 자진 사임한 이후 약 1년3개월 동안 공석 상태다. 현재 한국벤처투자 대표이사직 권한은 2023년 10월 부임한 신상한 부대표가 대행하고 있다. 한국벤처투자 대표이사의 연봉은 2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벤처투자 관계자는 "공시된 지침에 따라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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