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노연경 기자] 홈플러스가 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납품대금 지급방식을 두고 일부 제조사와 갈등을 겪고 있다. 납품업체들은 홈플러스의 단기 유동성에 우려를 표하며 현금 선납과 정산 주기를 앞당겨야 한다고 요구하고 나섰다. 반면 홈플러스는 무리한 조건이라며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양측의 갈등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납품 중단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홈플러스 납품 중단 사태는 이달 11일 대부분의 협력사가 납품을 재개하며 일단락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20일 서울우유가 유업계 최초로 홈플러스 납품 중단을 결정하면서 다시 불거졌다. 특히 유제품의 경우 재고회전율이 빠른 신선식품에 속해 있어 납품 중단이 장기화되면 상품 구색에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서울우유의 납품 중단은 대금 지급방식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발생했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앞서 홈플러스에 납품대금 결제 주기 단축과 현금 선납을 요구했지만 홈플러스는 무리한 요구라며 거부하고 있는 상태다. 이후 납품 중단은 닷새가 24일까지 계속되고 있다. 홈플러스와 서울유유협동조합 모두 현재 상황에 대해 "여전히 협의 중"이라고만 밝혔다.
서울우유는 국내 흰우유 점유율 45%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이다. 납품 규모가 크다 보니 그만큼 결제대금 규모도 커 잠재적 위험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 측은 "서울우유는 상품 대금 현급 선납 조건을 요청하고 있지만 타 협력사들과의 형평성 차원에서 수용이 불가능한 조건"이라고 선을 그었다.
시장에서는 서울우유의 납품 중단은 가전·가공식품과는 결이 다르다는 분석이다. 신선식품은 대형마트 경쟁력의 본질인 만큼 납품 중단이 장기화될 경우 홈플러스 상품 구색에 치명적일 수 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시장 한 관계자는 "우유 제품은 보관 기간이 짧아 납품 지연이 길어지면 상품 구색에 즉각 악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며 "국내 대형마트 2위 기업에 납품을 중단한 건 그만큼 홈플러스의 유동성에 우려가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편적인 예"라고 평가했다.
실제 홈플러스는 현재 대금결제 관련 유동성은 충분하다고 강조하지만 협력사들의 불안감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이달 6일 기준 회사의 가용현금은 3090억원이며 3월 영업활동을 통해 유입되는 순현금유입액은 약 3000억원 수준으로 파악된다. 반면 일각에서는 현재 홈플러스가 진행 중인 대형 할인행사 '홈플런'과 상품권 사용이 마무리되는 시점이 고비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홈플러스 상황을 접한 소비자들이 지금은 포인트나 상품권 등을 모두 소진하는 단계고 홈플런 행사까지 끝나면 현금유입액도 감소할 것"이라며 "시기는 장담할 수 없지만 서울우유 외에 언제 다른 기업으로 도미노 납품 중단이 이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재 협력사 가운데 납품을 중단한 곳은 서울우유가 유일하다"고 짧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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