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김호연 기자] 예금보험공사는 서울보증보험 기업공개(IPO)로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나설 수 있게 됐다. 다만 30% 남짓의 소수지분 매각으로 회수할 수 있는 자금은 현재 주가를 단순히 계산했을 때 1조원도 되지 않는다. 5조원 이상의 공적자금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경영권 지분(50%+1주) 매각이 필요한 상황이다.
다만 예금보험공사가 서울보증보험 경영권 매각에 나서면 시장 내 독과점 지위를 잃을 수 있고, 이에 따른 기업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그만큼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도 제값을 받지 못해 공적자금 회수가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적자금 10조2500억 투입…18년간 5조 회수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예금보험공사는 최근 서울보증보험의 상장을 통해 공적자금 1815억원을 회수했다. 서울보증보험이 코스피 시장에 상장한 주식 수는 698만2160주로,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하고 있던 물량이다. 상장 후 예금보험공사의 서울보증보험 보유 지분율은 83.9%다.
예금보험공사는 1999년부터 2년간 서울보증보험에 10조2500억원을 지원했다. 이후 서울보증보험은 우선주 상환과 각종 배당으로 지난해까지 총 4조8091억원을 예금보험공사에 상환했다.
이번 상장으로 예금보험공사가 현재까지 회수한 공적자금은 4조9906억원이다. 여기에 다음달 예고된 결산 배당을 통해 추가로 1677억원을 회수할 예정이다. 이를 단순 계산하면 예금보험공사는 결산 배당 기준으로 5조1583억원을 회수하게 된다.
이는 예금보험공사가 앞으로 5조917억원을 회수해야 한다는 얘기다. 회수 기한도 정해져 있다. 예금보험공사는 예금보험기금채권상환기금을 재원으로 서울보증보험에 지원했다. 이 기금의 청산예정일은 2027년 말이다. 결과적으로 기금 청산 전까지 공적자금 회수를 마무리하는 게 이상적이다.
예금보험공사는 원활한 공적자금 회수를 위한 계획도 세웠다. 2027년 말까지 서울보증보험 지분 33.9%를 단계적으로 시장에 매도할 계획이다. 이후 경영권 지분(50%+1주)을 적절한 원매자를 찾아 매각해 서울보증보험에 투입된 공적자금 회수를 마무리한다는 목표다.
다만 예금보험기금채권상환기금의 청산예정일까지 공적자금을 회수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예금자보호법 부칙 제10조에 따라 청산기일 이후 예금보험기금채권상환기금의 잔여 자산은 국고(공적자금상환기금) 또는 예금보험기금으로 귀속된다. 2027년 이후에도 회수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는 셈이다.

◆배당성향 100%도 상환 역부족…기업가치 제고 절실
주목할 부분은 서울보증보험의 현재 시가총액이 회수해야 할 자금보다 현저히 작다는 점이다. 19일 종가 기준 서울보증보험의 시가총액은 2조6113억원을 기록했다. 미회수 공적자금 5조917억원의 51.3%에 불과하다.
이는 현 주가로 지분 100%를 매각해도 공적자금을 회수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얘기다. 배당성향을 대폭 끌어올려 3년간 순이익 대부분을 배당한다고 가정해도 33.9%의 지분을 순차적으로 매도하면 예금보험공사가 받을 배당금이 줄어든다.
결국 경영권을 포함한 지분 매각에 승부를 걸어야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서울보증보험의 시장점유율이 꾸준히 감소하면서 기업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2020년 26%였던 서울보증보험의 시장점유율은 2023년 24.1%로 하락했다
또 일부 고객들이 서울보증보험의 보증보험사업 독점 및 높은 보험료 등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도 경영권 매각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여론을 의식한 정부가 보증보험 시장을 개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보증보험의 순이익과 배당성향을 고려하면 예금보험공사가 회수해야 할 금액 대비 열위한 시가총액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며 "영업수익의 성장세가 제한적인 것을 감안하면 M&A 시장에 매물로 나왔을 때 원하는 만큼의 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보증보험 관계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금융당국의 정책 변경으로 신규 사업자가 진입장벽을 허물고 유입될 수 있다"며 "하지만 경기변동에 따른 시스템적 위험을 고려했을 때 보증보험 시장에서의 독과점 지위는 한동안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금융 사례? 경영권 매각 시나리오는
공적자금 회수가 여의치 않다고 판단할 경우 예금보험공사가 지분을 기관투자자에게 쪼개서 파는 과점주주체제 등을 고려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리금융지주의 민영화 사례처럼 경영권 매각이 여의치 않다고 판단한 경우다.
예금보험공사는 과거 외환위기 관련 자금지원 등으로 2001년 우리금융지주 지분 100%를 취득했다. 이후 2002년부터 블록딜과 희망수량경쟁입찰 등으로 수 차례 지분 매각을 추진하며 민영화를 추진해 왔다. 그 결과 2024년 3월 우리금융지주 잔여 지분 1.24%를 매각하며 20여년 만에 완전 민영화를 이룰 수 있었다.
그러나 자기자본 규모 등을 고려하면 현실성은 낮다는 지적이다. 우리금융지주의 지난해 말 연결 자기자본은 36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서울보증보험(지난해 3분기 기준 5조원)과 몸집 차이가 크다. 사모펀드 등 개별 투자자가 단독으로 경영권을 인수하기에 부담스러운 규모였다.
반면 서울보증보험의 시가총액(2조6000억원)을 고려하면 시장에서의 소화력은 충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대내외적 변수가 존재하지만 높은 배당성향에 경영권까지 얻게 되면 보증보험시장 독과점이 유지되는 현 상황에선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수 있다"며 "다만 회사 주가가 현재 자기자본 수준으로 오르면 미래의 인수주체도 컨소시엄 구성 등 대응책 마련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예금보험공사는 서울보증보험 경영권 매각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결정한 사안이 없는 상태다. 서울보증보험 관계자는 "경영권지분 매각은 서울보증의 업무 성격, 보증보험 정책방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향후 검토할 예정"이라며 "시장 상황 등에 따라 매각은 앞당겨지거나 늦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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