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최지혜 기자] 상상인그룹과 OK금융그룹 사이에 진행 중인 상상인저축은행 매각이 최종 협상 단계에서 난항을 지속하고 있다. OK금융이 과거 알려진 상상인저축은행 몸값의 3분의 1도 안되는 수준을 거래가격으로 내세우고 있어서다. 금융당국의 제재 등으로 상상인저축은행 매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OK금융의 가격 압박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OK금융은 상상인저축은행의 인수가로 1000억원보다 낮은 수준의 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실사 후 시장에서 언급된 예상 인수가격 1500억원대보다도 크게 낮아진 수준이다. 상상인측이 원하는 가격대와 비교해도 절반가량 떨어진다.
상상인은 상상인저축은행의 매각가격으로 0.8~0.9%대 PBR을 적용한 몸값을 희망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상상인저축은행의 자기자본(2166억원)을 기준으로 하면 1733억~1949억원 수준이다.
이전 저축은행 M&A(인수합병) 사례와 비교하면 상상인측이 희밍하는 상상인저축은행 거래가는 오히려 낮은 편이다. 과거 저축은행의 몸값 산정에 적용된 PBR은 통상 0.9~1.4배 수준이었다. 앞서 유진저축은행(현 다올저축은행)은 PBR 0.9배, 스마트저축은행은 1.2배, 대한저축은행은 1.4배의 PBR가 각각 적용됐다. 반면 상상인저축은행의 거래가격을 1000억원으로 잡을 경우 적용되는 PBR은 0.46배에 그친다.
주목할 부분은 상상인저축은행 매각이 시급해 앞선 사례들보다 가격 협상의 입지가 불리한 상황이라는 점이다. 금융위원회는 2023년 10월 상상인에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의 보유지분을 90% 이상 매각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에 상상인그룹은 두 저축은행의 매각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2023년말 우리금융그룹이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를 검토할 당시 논의됐던 매각가는 2500억~3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후 상상인저축은행의 경영상황 및 자산건전성이 악화하면서 인수 예상가격도 낮아졌다. 지난해말 OK금융의 상상인저축은행 실사 이후 나온 인수 예상가격은는 2000억원 수준이었다.
최근 상상인저축은행의 경영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 요인이다. 상상인저축은행은 지난해 4분기 9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4분기 당기순손실은 5000만원으로 나타났지만 일회성 요인(소송 관련 충당부채)을 제외하면 76억원의 순이익이 발생했다.
OK금융의 입장에서도 상상인저축은행 인수시 이점은 명확하다. OK저축은행이 현재 서울과 충청, 호남에 영업권을 갖고 있는 만큼 경기·인천지역에서 영업 중인 상상인저축은행을 인수하면 수도권 전체를 영업권역에 둘 수 있다. 자산 규모 역시 SBI저축은행을 제치고 1위로 도약할 수 있게 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OK저축은행의 총자산규모는 13조7843억원으로 1위인 SBI저축은행(14조8211억원)과 1조원가량 차이가 난다. 상상인저축은행(2조7554억원)을 인수하면 자산 규모가 16조원대로 올라서는 셈이다.
이 때문에 M&A시장에서는 OK금융의 과도한 인수가격 낮추기가 협상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상상인저축은행은 불복 소송을 통해 매각 시간을 벌고 있는 만큼 물러설 곳이 없다"며 "이를 기회삼아 인수가격을 낮추려는 것 또한 OK금융의 전략적 선택이지만 과도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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