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그룹의 승계와 지배구조 재편이 본격화되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승계의 큰 그림은 두가지다. 실질적인 후계자인 김동관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김동관·동원·동선 3형제의 안정적인 승계와 핵심 사업인 '방산·에너지' 중심의 그룹 재편이다. 삼형제가 각자의 영역을 구축하면서도 김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화의 미래를 이끌어가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아직 김승연 회장이 건재하지만 최근 그룹 재편이 빨라지는 것도 그룹 지배구조를 안정화하고 미래를 대비하기 위함이다. 향후 한화의 계열사 정리와 합병을 통한 승계,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 살펴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이 올해도 사내이사 후보로 추천되지 않으면서 그의 사내이사 선임 시점에 다시금 관심이 커지고 있다. 보통 오너일가의 사내이사 등재는 경영권 승계에서 중요한 변곡점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한화생명의 산업적 특성과 한화그룹 내 중요성 등을 고려해 사안에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또 아직 큰 형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의 대관식이 이뤄지지 않고, 김승연 회장이 건재한 상황에서 사내이사 선임은 시기상조라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금융권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20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 사내이사 3명을 재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한다. 후보 명단에 김 사장은 없다. 사내이사 후보는 여승주 부회장과 김중원 경영지원부문장, 신충호 보험부문장 등이다.
당초 김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 가능성을 점치는 시선이 적지 않았으나 예상이 빗나갔다. 김 사장이 경영수업을 받은 지 벌써 10년이 넘은 데다 사업적으로도 부쩍 존재감을 키우면서 사내이사 등판이 머지않았다는 시선도 늘었다.
금융권에선 김 사장이 2023년 2월 최고글로벌책임자(CGO) 자리에 오른 뒤 한화생명의 해외 사업 성과가 잇따르는 모습을 심상치 않게 지켜보고 있다. 경영권 승계를 위한 김 사장의 성과 쌓기가 본격화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어서다.
당장 한화생명은 지난해에만 인도네시아 노부은행 지분 투자, 미국 증권사 벨로시티 지분 인수 등 해외 사업 확장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 특히 노부은행 지분 투자는 실제로 김 사장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3월 한화L&C에 입사한 김 사장은 올해 3월이면 경영수업을 받은 지 꼭 11년이 된다. 2015년 한화생명에 입사해 2016년 상무, 2018년 전무로 승진했으며 2021년 7월에 부사장에 올랐다. 이후 2023년 2월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최고글로벌책임자(CGO)를 맡았다.
업계에서는 김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이 예상보다 늦어지는 배경을 두고 한화생명의 규모와 금융업 특성을 고려해 김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이 아직 시기상조라는 판단이 작용했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화생명은 한화손해보험, 한화자산운용 등 금융 계열사를 거느리며 사실상 중간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 손익 규모나 업계 위상 등 측면에서도 그룹 내 존재감이 남다르다. 이에 김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 시점도 신중하게 결정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사내이사 등재는 권한과 책임이 모두 무거워진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먼저 사내이사는 일반 임원과 달리 이사회 구성원으로 기업의 주요 경영 사안을 결정한다. 동시에 기업 운영과 관련해 잘못을 저지르면 민형사상 책임을 지게 된다.
김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 시점과 관련해 형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경영 승계 속도 차이를 주목하는 시선도 금융권에서 나온다. 당초 업계에서는 김 부회장과 비교해 김 사장도 빠른 속도로 경영권을 승계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결과는 다르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사내이사 선임 시점만 봐도 김 부회장은 2011년 12월 한화솔라원 기획실장을 맡은 것으로 경영수업을 시작하고 4년 만인 2015년 한화큐셀(현 한화솔루션) 사내이사에 올랐다. 당시 김 부회장의 직급은 상무였다.
두 형제의 승계 속도 차이와 관련해서는 한화그룹의 경영 승계 작업이 김 부회장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당장 그룹의 지주사 격인 한화 지분율만 봐도 2배 차이가 나는 등 형 김 부회장에게 상대적으로 무게가 실려 있다. 또 한화그룹의 지배구조 재편이 한창이고, 아직 김승연 회장이 건재한 점도 사내이사 선임이 미뤄지는 이유로 보인다. 김 사장은 1985년생으로 아직 만 40세가 되지 않은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김승연 회장의 철학이나 집안 분위기 등에 비춰볼 때 장남이 두 동생을 앞서는 방식으로 승계가 진행되고 결과도 장남 중심으로 마무리될 것"이라며 "동생들이 여기에 반발할 일도 아마 없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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