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솜이 기자] 롯데그룹과 사모펀드(PEF) 운용사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간 롯데렌탈 경영권 지분 인수 거래가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다. 3월 중 본계약 체결에 이어 오는 6월 딜 클로징을 앞두고 있다.
이번 딜로 한 지붕 아래 놓이게 된 롯데렌탈과 SK렌터카가 '공룡 렌터카'로 떠올라 시장 지배력을 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양사는 국내 렌터카 시장 1·2위를 달리는 선두주자로 합산 시장 점유율만 37%에 이른다.
◆ 내달 본계약 체결→6월 매각 완료 수순…롯데렌탈은 2119억 규모 유증 나서
28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롯데는 오는 11일 어피니티와 롯데렌탈 매각 본계약을 체결한다. 거래 대상은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이 보유한 롯데렌탈 지분 56.2%로 매각 금액은 1조6000억원이다. 앞서 롯데와 어피니티는 지난해 매각 양해각서를 체결한 이후 약 2달 간 실사 과정을 거쳤다.
같은 날 롯데렌탈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소식을 알렸다. 롯데렌탈이 어피니티측 특수목적법인(SPC) 카리나트랜스포테이션그룹에 신주 726만1877주를 발행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이번 유증으로 유입되는 자금 2119억원은 롯데렌탈 재무구조 개선 및 신사업 추진 등의 목적으로 투입될 예정이다.
이번 유증은 어피니티의 롯데렌탈 인수 작업 일환으로 추진됐다. 어피니티가 롯데렌탈 지분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구주 매입과 유증을 통한 신주 취득을 병행하기로 결정하면서다. 신주 1주당 취득 단가는 2만9180원으로 구주 인수가(7만7115원)보다 현저히 낮아 전체 평균 인수 단가는 낮춰주고 지분율은 높여주는 효과를 누리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롯데는 롯데렌탈 매각 자금으로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 재무 건전성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롯데렌탈을 어피니티에 넘기는 대신 4대 신성장 동력 주축 중 하나인 모빌리티 분야를 전기차 충전과 자율주행 등 기술 기반 중심으로 육성해나간다는 방침이다.
본계약 이후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등 남은 절차를 거쳐 매각이 최종 마무리되는 시점은 오는 6월 중으로 예상된다. 롯데렌탈은 어피니티에 인수된 후에도 향후 3년간 롯데 브랜드명을 달고 별도 법인 형태로 운영된다.
◆ 최종 목적지는 롯데렌탈·SK렌터카 합병…"통합렌터카 사업 진출 기회 다양"
국내 렌터카 산업 양대산맥이 나란히 어피니티 아래 묶이면서 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부는 양상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롯데렌탈과 SK렌터카가 막대한 차량 자산을 바탕으로 렌터카를 넘어 중고차 시장까지 장악할 수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지난 9월 말 기준 양사의 렌터카 인가대수는 45만1880대로 전체 차량의 37%를 차지했다.
실제 롯데렌탈과 SK렌터카는 차량렌탈과 중고차 판매를 주력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다. 렌탈의 경우 양사 매출의 65%를 견인하며 중고차 부문 매출 비중은 30% 안팎에 달한다. 서로 영위하는 사업 영역이 겹치다 보니 공동 구매에 기반한 고정비용 절감 등 시너지 효과가 주로 기대된다.
어피니티 인수의 마지막 퍼즐은 롯데렌탈과 SK렌터카의 합병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어피니티 입장에서는 두 회사를 통합시켜야 투자 효율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통상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기업 가치를 높인 뒤 투자금 회수(엑시트)에 나서는 것을 감안하면 두 회사의 합병은 기정사실화로 여겨진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전임교수는 "롯데렌탈과 SK렌터카가 한 가족이 되면 정비부터 중고차 리사이클링에 이르기까지 국내에서만 100조원 규모에 달하는 애프터 마켓에 다양하게 진출할 여지가 커진다"고 말했다.
이어 "양사가 보유한 네트워크망을 고려해보면 마케팅 전략 수립에 필수적인 정보 수집력도 증대될 것"이라면서 "그만큼 독과점에 따른 피해나 정보 개인 정보 보호 부분을 면밀히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한편 롯데렌탈은 1986년 설립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금호렌터카'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후 2010년 KT에 매각돼 KT렌탈로 새롭게 출범했다. 2015년에는 롯데그룹에 인수돼 롯데렌탈로 사명을 바꿔 달았다. 이번 매각에 따라 롯데렌탈은 어피니티를 네번째 주인으로 맞이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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