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김규희 기자] F&F의 사전 동의권 주장은 실익이 있는 것일까. F&F가 펀드 현물분배을 통해 최대주주에 오르려면 선순위‧중순위 메자닌을 갚기 위해 1조5000억원 이상을 써야 한다. 반면 테일러메이드가 5조원 규모로 매각되면 약 2조원을 손에 넣을 수 있다. 기회비용이 4조원에 달하는 만큼 사전 동의권 주장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2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센트로이드는 지난 2021년 테일러메이드를 인수하면서 주요 기관투자자(LP)인 F&F에게 사전 동의권을 부여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센트로이드와 F&F는 이 권한의 범위를 두고 다툼을 벌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F&F가 사전 동의권을 외부에 공개하고 센트로이드의 매각 절차를 저지하는 듯한 행보를 보이는 것에 의문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사전 동의권의 법적 효력 및 위법 여부를 차치하고서 이같은 행보 자체가 F&F에게 실익이 있느냐는 얘기다.
F&F가 테일러메이드를 품기 위해서는 수 가지의 가정이 교차되어야 한다. F&F가 테일러메이드를 지배하고 있는 특수목적법인(SPC) 지분을 현물분배 받으려면 전체 LP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타 FI들은 비상장주식을 현물분배할 경우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려워 여기에 동의할 가능성은 낮다. 다른 FI들이 동의하더라도 LP 지분 이전은 GP인 센트로이드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GP 교체 역시 LP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현물분배가 이뤄졌다고 해도 F&F의 재무적 부담이 만만치 않다. 현물분배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선순위 인수금융과 중순위 메자닌을 먼저 갚아야 하는데 이 금액만 하더라도 1조50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인수금융이 미국 달러로 이뤄졌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센트로이드는 테일러메이드 인수 6개월 만인 2022년 2월 국내 기관으로 구성된 인수금융 대주단을 글로벌 헤지펀드와 자산운용사 등 해외 48개 기관으로 교체했다. 당시 원‧달러 환율은 1200원 수준이었다. 강달러가 지속되고 있는 현재 시점으로는 약 20%의 자금이 더 필요하다. 이렇게 되면 F&F가 투입해야 하는 자금은 1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반면 매각이 정상적으로 진행된다면 F&F는 대규모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테일러메이드가 올해 5조원 규모로 매각이 이뤄진다면 F&F는 자신의 몫으로 2조원 이상을 가져갈 수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F&F는 2021년 LP로 참여한 이후로 매년 중순위 메자닌(상환우선주‧RPS) 투자에 대한 배당을 받고 있다. F&F가 1957억원을 들여 매입한 RPS는 연 5.5% 배당 조건을 갖고 있다. 2022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108억원씩 총 431억원의 배당금을 수령할 수 있다.
만기 시에는 원금의 연 5%에 해당하는 추가 이자를 받을 수 있다. F&F는 올 하반기 테일러메이드 매각이 마무리 될 경우 1년에 98억원씩 총 391억원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에쿼티 수익금을 포함하면 F&F의 수익은 약 1조5000억원(센트로이드 성공보수, 이자비용, 세금 등을 제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원금 5537억원을 포함하면 F&F 손에 들어오는 자금은 적어도 2조원이 된다. F&F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3562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한 번에 5~6년의 수익을 손에 쥘 수 있게 되는 셈이다.
IB업계 관계자는 "F&F는 테일러메이드 매각으로도 충분한 이익을 거둘 수 있다"며 "굳이 테일러메이드를 품기 위해 장기간 법적 분쟁을 벌이는 데 이어 2조원 가까이 되는 재무 부담을 질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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