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박안나 기자] 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투자는 약 298조원으로 집계됐다. 2015년 이후 9년여 만에 300조원 아래로 내려간 것으로 건설경기가 침체기에 접어들었음을 실감하게 한다.
건설업 불황의 증거는 종합건설업체의 폐업 신고와 건설업 취업자 등 지표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해에 폐업한 종합건설업체는 무려 641곳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폐업신고 건수는 19년 만에 최고 기록을 새로 썼다. 건설업 취업자 수는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7개월 연속 감소해 201만명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간신히 200만명 선을 방어했지만 이는 43개월 만에 최저 기록에 해당한다.
건설경기 침체 상황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KDI(한국개발연구원)는 올해 건설투자 규모가 지난해 대비 0.7%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은행이 제시한 감소 폭은 1.3%였다. 건산연 역시 2022년과 2023년 착공 감소 여파로 건설투자 부진이 2025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건산연은 2025년 건설투자가 전년 대비 2.1% 감소한다고 전망했다.
19년 만에 가장 많은 종합건설업체가 문을 닫았고, 건설업 종사자 수가 3년7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줄어든 지난해보다 올해가 더 어려울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이다.
이와 같은 상황을 두고 한 건설사 관계자는 "2024년이 바닥이길 바라면서 버텼더니 2025년에는 지하로 파고들게 됐다"고 말하며 씁쓸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실제로 국내 건설업계는 최근 몇 년 동안 끊이지 않는 위기설에 시달리며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어려움이 잦아든 이후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수익성 악화를 겪었다. 여기에 금리인상까지 겹치며 건설사들의 살림은 더욱 팍팍해졌다. 특히 2022년 말 부터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리스크까지 더해져 위기가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이렇듯 건설업계가 끝날 듯 끝나지 않는 고난의 시기를 보냈음에도 상황이 더욱 악화할 수 있다고 하니, 바닥을 지나 지하로 향하고 있다는 건설 관계자의 말에 절로 수긍하게 된다.
하지만 건설업황과 관련한 부정적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직 실망하고 포기하기엔 이르다. 일각에서는 올해 상반기까지 건설경기 부진이 이어지지만 하반기에는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낙관적 시선도 나온다. 금리 인하 가능성과 함께 정부의 주택 공급 확대 정책에 따른 정비사업 활성화 및 3기신도시 개발, 민간수주 증가 등이 하반기 들어 건설경기 회복을 이끌 것이라는 분석이다.
'동트기 전이 가장 어둡다'는 말이 있다. 바라던 바가 이뤄지기 직전에 가장 힘든 일이 닥치니, 그 고비만 넘기면 일이 해결될 것이라는 희망을 심어주는 말이다. 힘든 시기에도 포기하지 않고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바닥에서 지하로 내려갔다고 생각하고 있는 건설업계를 보면 지금이 동트기 전 가장 어두운 시기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여명이 밝아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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